조수아 레이놀즈의 ‘레이디 제인 할리데이’ (1779, 캔버스에 유채, 개인 소장)
조수아 레이놀즈의 ‘레이디 제인 할리데이’ (1779, 캔버스에 유채, 개인 소장)
혹시 레이디 제인 할리데이(1750~1802)를 아시는지. 영국의 유서 깊은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이 여인은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세 때 조세징수관의 아들과 눈이 맞은 그는 부모가 결혼에 반대하자 애인과 함께 도주한다.

그런데 피는 못 속이는 걸까. 둘 사이에서 태어난 딸 샬럿 역시 그들의 허락도 받지 않고 사랑하는 이와 도피행각을 벌인다.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손녀인 엘리자베스도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능력한 뱃사람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재미난 사실은 이런 바람기 많은 피를 물려준 장본인 할리데이가 1802년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재혼해 건재를 과시했다는 점이다. 결혼은 행복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할리데이는 그해 숨을 거뒀기 때문이다.

조수아 레이놀즈(1723~1792)가 그린 ‘레이디 제인 할리데이’의 초상은 자유연애의 선구자를 모진 풍파를 견디고 행복을 찾아 떠나는 자유분방한 여인으로 묘사했다. 시대가 변해 이제 그는 더 이상 부도덕의 상징이 아니다. 인습에 저항하는 여성 해방의 상징으로 우뚝 섰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