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민투표에서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되기로 결정한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가 미국에 편입되기도 전에 파산할 위기에 처했다. 경기침체로 세수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과도하게 발행한 채권마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 이에 푸에르토리코가 제2의 디트로이트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디트로이트 시정부는 185억달러의 빚을 진 채 지난 7월 연방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바 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UBS를 비롯한 대형 금융회사들은 고객들에게 푸에르토리코 채권 투자의 위험성을 잇따라 경고하고 있다. UBS는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푸에르토리코 채권을 매입하려면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인정하는 문서에 서명해야 한다”고 썼다.

이달 초에는 웰스파고가 1만5000명 이상의 투자자문가에게 보낸 서한에서 푸에르토리코 채권의 위험을 경고했다. 레이먼드제임스파이낸셜은 아예 소규모 투자자의 푸에르토리코 채권 접근을 제한했다. 이 같은 조치들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만 이뤄지는 것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푸에르토리코 채권의 신용등급은 투기등급(정크본드)으로 떨어진 상태다. 재정 위기가 이미 오랫동안 지속돼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푸에르토리코의 예산 적자는 13억3700만달러에 달했다. 빚 규모는 1000억달러에 육박해 주 단위로 캘리포니아, 뉴욕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푸에르토리코 정부는 세율을 높이고 연금제도를 개혁하는 등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시장을 안심시키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푸에르토리코 채권은 세금 혜택이 많고 수익률이 높아 개인투자자들이 뮤추얼펀드를 통해 대거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펀드 평가회사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방채에 투자하는 뮤추얼 펀드의 77%가 푸에르토리코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채권들이 부도날 경우 지방채 시장에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