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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르몽드가 4대강 사업 비판한 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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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물산업시장 장악한 프랑스
    4대강으로 실력 키운 한국 견제
    환경운동이 경쟁력 깎아내려서야

    박석순 < 이화여대 환경공학 교수··前국립환경과학원장 ssp@ewha.ac.kr >
    [기고] 르몽드가 4대강 사업 비판한 저의
    4대강 사업은 지난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과 더불어 그동안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 주요 8개국(G8) 확대정상회의 등과 같은 주요 국제회의에서 극찬을 받았다. 특히 유엔환경계획(UNEP)은 세계녹색정책 분석보고서에 ‘4대강 사업이야말로 기후변화에 대비한 진정한 녹색뉴딜 사업’이라 예시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프랑스 신문 르몽드가 우리 환경단체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 적으면서 4대강 사업을 ‘생태적·경제적 재앙’이라 평가절하했다. 특히 공사입찰 비리, 예산 과다투입, 일자리 창출 부족 등을 꼬집고 있다. 한국 정부가 조사·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 언론이 비판하고 나선 저의가 의심된다.

    프랑스는 전력의 80%를 원자력으로 생산하는 원전 강국이자 핵무기 보유국이다.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에 수출하는 유럽 최고의 전력 수출국이다. 사하라 사막과 남태평양 군도에서 핵실험을 반복해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강력한 항의를 받은 바도 있다. 또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긴 운하(총 길이 8500㎞)가 있는 국가다. 모든 강을 준설하고 20~30㎞마다 갑문이 달린 보를 만들어 화물선과 유람선이 다니게 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금도 새로운 운하를 건설하고 있는 유럽 유일의 국가다. 현재 파리~릴 사이 105㎞와 파리~브뤼셀 사이 106㎞ 운하를 건설 중이며, 리옹과 낭시 사이에 220㎞ 운하를 2020년에 착공 예정이다.

    원전, 핵무기, 운하까지 우리네 환경단체라면 폭동을 일으켜야 하는 국가가 바로 프랑스다. 이런 프랑스가 우리 환경단체를 옹호하고 나선 것은 자국의 이익 때문이다. 우리가 4대강 사업을 모델로 세계 물 산업에 도전장을 내놓자 견제를 시작한 것이다. 태국으로부터 6조원이 넘는 물 관리 사업 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계약을 앞두고 있고 알제리, 모로코, 파라과이 등도 우리 4대강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세계 최고의 물 산업 강국이다. 베올리아, 수에즈 등 다국적 물기업을 갖고 있으며 세계 물 포럼 본부도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수돗물 시장도 프랑스 기업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을 급속히 넓혀가고 있고 한국에도 진출해 있다.

    프랑스가 세계적인 물 산업 강국이 된 것에는 이유가 있다. 1910년 파리는 센강이 범람하는 대홍수로 45일간 물에 잠겼다. 그 후 상류에 4개의 댐을 건설해 50~70㎝의 홍수 수위를 낮췄고 준설을 하고 제방을 높였다. 프랑스는 파리의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이미 100년 전에 우리 4대강 사업과 비슷한 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센강은 낙동강보다 200㎞ 더 길지만 갑문이 달린 36개의 보가 있고 배가 다니고 있다. 도시개발로 강폭을 줄이고 준설해 수심을 깊게 하고 돌벽으로 둘러쌌다. 수로가 직선화됐고 둔치나 모래톱은 아예 없어 소위 생태계 재앙 수준의 강이 됐다.

    이렇게 시작된 물 관리를 경험으로 프랑스는 일찍부터 세계 물 산업시장에 진출했다. 세계 곳곳의 댐 설계, 강 정비, 운하 건설, 수돗물 생산, 먹는샘물 시장에 진출했다. 유명한 파나마 운하도 건설은 미국이 했지만 초기 운하계획과 설계안은 프랑스가 한 것이다. 프랑스의 물 관리와 토목설계 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프랑스는 현재 세계 10대 물 산업 기업 총수입의 73%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물 산업은 기후변화, 산업발달, 인구증가 등으로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2020년께에는 연간 2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하는 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특히 과거 자신들의 식민지였고 지금도 텃밭이라 생각하는 북아프리카 알제리와 모로코까지 우리가 넘보고 있으니 견제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의 잘못된 환경운동이 경제 여적죄(적국을 돕는 범죄)가 될까 염려된다.

    박석순 < 이화여대 환경공학 교수··前국립환경과학원장 ssp@ewh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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