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가 16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명숙 전 총리가 16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명숙 전 국무총리(69)가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은 한 전 총리의 전 비서인 김문숙 씨(53)가 단독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한 전 총리가 범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과 항소심 판단이 엇갈린 점,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점을 들어 한 전 총리를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쟁점에서 검찰의 손을 들어주며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 전 총리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000여만원을 16일 선고했다.

재판부가 한 전 대표의 검찰 진술 신빙성을 원심과 다르게 판단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한 전 대표의 진술은 이 사건에서 검찰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직접 증거였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지만 1심에서 이를 번복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한 시간에 걸쳐 한 전 대표의 기존 진술을 믿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재판부는 “한 전 대표에게 허위 진술을 할 동기가 없었고, 한 전 총리와 ‘청주 한씨’로서 유대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 동생이 한 전 대표가 발행한 수표 1억원을 사용한 점 등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한 전 대표가 피고인으로부터 2억원을 돌려받았고 추가로 3억원을 요구한 사실 등을 봤을때도 한 전 대표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 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자금을 제공했다는 한 전 대표의 검찰 수사 당시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한 전 대표로부터 받은 금원을 사적으로 사용했고 책임을 통감하지 않아 죄질이 무겁다”며 “자신의 직원이던 김 전 비서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전 비서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억3000여만원이 선고됐다.

민주당은 항소심 판결에 반발했다. 민주당은 이날 선고 직후 서울고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판결”이라며 “검찰이 항소심에서 어떤 새로운 증거도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재판부가 결론을 정해 놓고 검찰의 주장과 증거를 끼워 맞췄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판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정치적 판결을 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상고를 통해 바로잡기 위해 대법원까지 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