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벤처의 콘텐츠 + 대기업의 경쟁력'…이것이 창조경제다
1997년 출범한 영국의 토니 블레어 내각은 창조산업이 미래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듬해 문화·미디어·스포츠부를 설립하고 광고·디자인 공연 예술 등 13개 문화산업을 창조산업으로 지정했다. 당시 무명 작가였던 조앤 롤링은 책을 발간하려고 여러 출판사를 찾아갔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영국 정부가 막 설립한 스코틀랜드 문화예술위원회 문을 두드렸다. 이곳의 지원을 받아 출판된 《해리포터》는 세계 67개 언어로 번역돼 4억5000만부 이상 팔렸다. 《해리포터》의 성공은 창조경제 정책의 산물이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것이 창조경제다. 한국 경제 위기의 해결방안으로 주창된 창조경제는 시작부터 ‘개념이 모호하다’ ‘구체적인 내용과 실체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창조경제의 원조’ 영국이나 ‘창업국가’라는 별칭을 얻은 이스라엘의 성공사례가 지향점으로 언급됐지만 한국 실정과 많이 달랐다.

《한국형 창조경제의 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로 알려진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과 김영욱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만나 창조경제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낸다. 김 원장은 “창조경제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신산업이나, 기존 산업에 새로운 기술 또는 기존 기술이 융·복합된 산업을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를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창조경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김 원장은 우리에게 맞는 한국형 창조경제를 모색하자고 주장한다. 김 원장은 “우리의 창조경제는 문화 예술 등 특정 산업 분야에 국한된 창조경제가 아닌 전 산업 분야로 확장해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 스크린골프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골프존, 모바일 메신저의 절대강자 카카오톡, 음식물 처리기의 선두주자 루펜리, 워킹화로 부활한 프로스펙스 등이 창조경제의 성공사례라는 것. 카카오톡과 골프존은 기존의 것을 정보통신기술(ICT)과 융·복합을 통해 업그레이드한 것이고, 루펜리와 프로스펙스는 과학기술에 아이디어를 접목해 새 시장을 만든 사례다.

저자들은 경제민주화, 증세 등 한국 사회의 첨예한 문제들을 창조경제의 관점에서 풀어 나간다. 김 원장은 “모든 분야에서 지식기반 창조산업이 활성화하기 위해선 벤처기업의 콘텐츠 개발력과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대기업의 시장 경쟁력을 함께 갖추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조언한다. 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해선 효율의 대기업과 혁신의 중소기업이 힘의 균형, 공정한 협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