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청소년의 대부' 천종호 부장판사, '우리가 미안하다' 책 인세 전액 기부
“제가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어 행복합니다.”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사진)는 지난 2월18일 소년재판 이야기를 담은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를 출간하면서 인세를 전액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나 천 판사가 받은 인세는 세금을 공제하고 1968만원. 천 판사는 최근 이 돈을 부산·경남지역 11개 청소년회복센터(사법형그룹홈·비행청소년 전용 공동생활가정)에 기부했다. 청소년회복센터는 비행소년들을 부모와 가족을 대신해 보살피는 대안가정이다.

그는 창원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할 때부터 법원에서 비행소년을 위탁할 수 있는 청소년회복센터 만들기에 힘썼다. 평소 친분이 있던 사람들에게 부탁해 부산에 6곳, 경남에 5곳의 대안가정을 만들었다.

천 판사는 “소년보호사건의 보호소년들은 결손가정이나 저소득 빈곤층 가정 출신이 대부분”이라며 “이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에 이들을 부모와 가족이 하는 것처럼 보살피는 대안가정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안가정에 위탁된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며 “울산과 양산에도 대안가정이 생길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 판사는 2010년 2월 창원지법 소년부에 부임했고 올해 2월 부산가정법원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소년재판을 맡을 정도로 비행청소년 지도에 애정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비행 청소년의 대부’라는 별명도 얻었다. 지난 3월에는 KBS 2TV ‘이야기쇼! 두드림’에 천 판사의 이야기가 소개되기도 했다.

천 판사는 지난 1월 학교 폭력을 조명해 화제를 모은 SBS TV 다큐 ‘학교의 눈물’에서 가해 학생과 그 부모에게 호통을 치던 주인공. 그는 당시 “재판이 2주에 한 번 열리고 평균 100여명의 아이를 만나기 때문에 소년재판에서 한 아이를 마주할 시간은 고작 4분밖에 안 된다”고 열악한 재판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