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베르디 '나부코'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1838년 7월, 둘째 아이를 얻고 사랑하는 아내와 1남1녀를 둔 완벽한 가장이 된 듯했던 베르디는 불과 2년도 되지 않은 사이에 온 가족을 병으로 잃고 홀아비가 된다. 작곡이고 뭐고 모두 그만두고 싶었지만 힘겹게 심신을 다잡고 쓴 것이 세 번째 오페라 ‘나부코’(1842)였다. 바빌론에 끌려간 히브리 노예들이 “가라 꿈이여, 황금빛 날개를 타고”라고 노래하는 합창은 작은 도시국가로 쪼개져 있는데다가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던 이탈리아 사람들을 크게 감동시켰다. 베르디는 이 작품을 통해 통일과 독립의식을 일깨운 국민작곡가로 새롭게 탄생했다.

대한민국호가 위태롭다. 잘나가는 듯 싶던 국가경쟁력은 떨어지고, 안보상황이 얼마나 엉망인지도 만천하에 드러났다. 지금은 ‘나부코’의 합창을 따라 부르던 밀라노 시민들의 고지식한 애국심이 필요한 때다.

유형종 < 음악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