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밝힌 시리아 화학무기 국제통제 방안에 대해 미국 의회가 반신반의하는 모양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공을 넘겨받아 시리아 공습 여부를 결정할 키를 쥐게 된 상·하 양원 의원들은 일단 제안의 긍정성에 '느낌표'를 붙이면서도 실현 가능성과 진정성에는 '물음표'를 찍고 있다.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내세워 공습을 감행하려는 미국 주도의 서구 세력과, 이들 세력이 증거도 없이 자신들의 정권을 타격하려 한다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 간 힘겨루기에 외교적 타협의 공간이 마련됐다는 게 느낌표의 가장 큰 배경이다.

반면 공습 분위기가 이미 농익고 무력 사용 외에 다른 경로는 없는 듯 보이는 상황에서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와 알아사드 정부에 보이는 강한 불신은 물음표를 낳는 근본 이유다.

이번 제안이 나오자마자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9일(현지시간) 시리아 이슈에 정통한 미 상·하원 의원들의 다양한 반응을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공습 계획을 지지하는 몇 안 되는 공화당 하원 의원인 애덤 킨징거는 "부풀려진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이번 제안을 평가하고 "아사드 정부의 군비를 줄이려는 진지한 논의라면 군사타격 없는 상생방안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그 점에서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공습 결의안 표결 이전에 필요한 절차투표를 당초 11일 하려다가 이 제안이 나온 뒤 연기하겠다고 밝힌 것도 주목받고 있다.

또 하원 정보위 소속 데빈 넌스(공화·캘리포니아) 의원은 "우리는 모든 외교적 해법을 소진하지 않았다"면서 "나는 러시아를 믿지 않지만 두어 개 토마호크 미사일를 쓰고서 손을 놓는 것보다는 외교로 풀어나가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원 군사위의 애덤 스미스 민주당 의원은 "이 시점에 현실적이지 않은 제안이다.

시리아의 입장을 듣지 못해 아직 더 알아야 할 게 많다"며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

하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엘리엇 앵글 의원은 "알아사드가 약속을 지키리라 믿느냐. 또한 푸틴을 신뢰하는가"라고 묻고는 자신은 못 믿겠다며 큰 불신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알아사드가 대량살상무기와 화학무기(가스)를 제거하려면 (미국·서방과 러시아·시리아 사이에) 모종의 딜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면서 양측의 쉽지 않은 타협이 전제돼야 이번 제안이 실현될 것으로 진단했다.

나아가 공습 계획에 완강하게 반대한 대럴 아이사(공화·캘리포니아) 하원 감시·정부개혁위원장은 지금은 전혀 투표(의회 표결)할 이유가 없다면서 의회 내 신중론을 '대변'했다.

이에 맞서 공화당 매파 의원들은 의회의 찬성 가결을 통해 알아사드 정부와 러시아가 이번 제안대로 군비를 줄일 수 있게끔 오바마 대통령에게 지렛대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렇게 의견이 혼재된 가운데 이번 제안이 나온 데에는 최근 상원 외교위의 공습 결의안 가결 처리와 같은 강경한 행동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등장했다.

상원 외교위의 밥 코커 공화당 간사는 지난 주 외교위의 조치가 없었다면 이런 결과가 없다고 했고, 이 위원회의 로버트 메넨데스(민주·뉴저지) 위원장도 시리아에 대한 군사력 사용 위협이 닥치자 이번 제안이 나온 것이라고 가세했다.

폴리티코는 의원들의 견해를 전하면서 "결국 러시아와 시리아에 대한 불신이 외교정책에 간여하는 의원들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고 워싱턴 정가의 기류를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