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레트 "예술가의 가장 큰 위험은 자기 안에 갇혀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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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뉴욕타임스가 천재라고 극찬한 이스라엘 소설가 케레트 방한
소설집 '갑자기 누군가…' 출간
"콘텐츠 산업은 칵테일 같은 것…서로 다른 것 섞여 시너지 내"
이스라엘 창업시스템이 강한 건 항상 회의하는 사고방식 덕분
소설집 '갑자기 누군가…' 출간
"콘텐츠 산업은 칵테일 같은 것…서로 다른 것 섞여 시너지 내"
이스라엘 창업시스템이 강한 건 항상 회의하는 사고방식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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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9일 만난 작가는 자신의 문학·예술론과 이스라엘 창업 시스템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소개했다. 그는 이번 소설집에 대해 “과거엔 반항적인 이야기를 쓰는 작가였다면 이번엔 중산층의 목소리를 내는 작가로 변한 것 같다”고 했다. 이 소설들을 썼던 9년 간 두 아이의 아빠가 되고 새 아파트를 사 대출금을 갚는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면서 점점 성장해갔다는 것. 기존 독자들은 예술가가 보수화되는 걸 싫어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예술가로서 가장 큰 위험은 자기 자신의 변치 않는 팬이 되는 것”이라며 “70살이 돼서도 20대 때와 같은 주제를 얘기하는 건 오히려 진정성이 없다”고 말했다.
2007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영화인이기도 한 그는 영화 등 콘텐츠 산업에서의 문학의 역할을 묻자 장르 간 결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문학이든 영화든 예술엔 위계질서가 없습니다. 영화화된다고 해서 문학이 훼손되는 건 아니예요. 서로 다른 것들이 섞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칵테일 같은 것이죠.”
이스라엘의 창업 시스템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삼성 같은 한국 기업들이 이스라엘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등 많은 협력이 있는 걸 알고 있다”며 “이스라엘 창업 시스템이 강한 건 역사적으로 이어 온 유대인들의 독특한 사고방식 덕분”이라고 했다. 유럽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은 유럽에 속해 살아갔지만 동시에 개별적 정체성을 지켰고, 이런 이중적 사고가 항상 회의하는 혁신적 사고의 원천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이스라엘은 완성된 국가가 아닌 만큼 혼돈스럽고 무정부적인 요소가 있다”며 “이 때문에 사회적 위계질서가 확립되지 않았고 젊은이들도 솔직하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개방성이 있는 것도 혁신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혼란은 창업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불안정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한국과 이스라엘 중 어떤 사회가 좋은지는 모르는 거죠(웃음).”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