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 살리기…강덕수 회장 물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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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새 등기이사 2명 선임
"채권단과 마찰 빚는 건 회생에 도움 안돼" 결단…포스텍 대표도 내놓을 듯
"맨손으로 그룹 일궜는데 빈손으로 내쫓나" 비판도
"채권단과 마찰 빚는 건 회생에 도움 안돼" 결단…포스텍 대표도 내놓을 듯
"맨손으로 그룹 일궜는데 빈손으로 내쫓나" 비판도

STX조선해양은 9일 오후 서울 STX남산타워에서 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과 류정형 STX조선해양 부사장(조선소장)을 새로운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박 부사장은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두 명의 새로운 이사를 선임키로 하면서 기존 이사인 강덕수 회장과 신상호 사장은 주총을 끝으로 자연스럽게 물러나게 됐다.
STX조선해양 이사회는 강 회장과 신 사장, 조정철 기획관리본부장(전무) 등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7명 가운데 퇴진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일부 사외이사는 “채권단이 강 회장에게 재기의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그러나 “사사로움이 없을 수 없지만 회사를 살리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경영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채권단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강 회장은 이로써 그룹의 조선 부문을 대표하는 STX조선해양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됐다. 이 같은 결과는 재계에서 다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제 관심은 강 회장이 다른 계열사 경영에서도 물러나는지에 쏠리고 있다. 채권단은 강 회장이 STX중공업과 STX엔진 경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강 회장은 STX중공업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 STX엔진 이사회 의장을 각각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맨손으로 재계 13위의 STX그룹을 만든 강 회장을 이런 식으로 내치는 것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대신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었더니 모든 계열사의 경영권을 빼앗기고 빈털터리로 내쫓겼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다롄조선소 매각 등 중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강 회장에게 일정 역할을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STX조선해양 대표가 새로 선임되고 임원들도 상당수 물갈이가 되기 때문에 고문 자리 등을 줄지 여부는 새 경영진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STX중공업과 STX엔진의 경영 참여에 대해서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욱진/이상은/김대훈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