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투자자, 유럽 주식투자 36년來 최대
지난 상반기에 미국 투자자들이 1977년 이후 유럽 주식을 사들이는 데 가장 많은 돈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이 부채 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믿음이 커지면서다. 유럽 내 기업 활동이 늘어나면서 회사채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연기금 등 미국의 큰손 투자자들이 지난 상반기 유럽 증시에 650억달러를 투자했다고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36년 만에 최대 규모다. 에디 퍼킨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유럽 경제 상황이 개선되면서 증시의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당분간 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HSBC도 같은 분석을 내놨다. 이 은행의 로버트 파크스 주식 전략가는 “유럽 기업들이 잇따라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며 “유럽 주식시장에 훈풍이 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주가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로화를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발언한 2012년 7월 이후 현재까지 27% 오른 상태다. HSBC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유럽 기업들의 주가는 역사적 평균선보다 약 15% 저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리스크는 여전하다. 미국의 시리아 군사 개입, 신흥국 위기 등 외부 리스크뿐 아니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유럽 기업들은 매출의 약 3분의 1을 아시아 등 신흥국에 의존하고 있어 위기가 악화되면 유럽 주가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투자자들은 유럽 주가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한다고 FT는 전했다.

유럽의 회사채시장도 살아나고 있다. 지난 2주 동안에만 290억달러어치의 회사채가 발행됐다. 지난주 스위스 네슬레는 이틀 연속으로 각각 6년물 5억달러와 8년물 5억달러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으며, 전주에는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인 스타토일이 19억1000만달러를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했다.

올 들어 현재까지 발행된 회사채는 416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 늘었다. 기업들이 돈을 필요로 한다는 건 기업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미국 중앙은행(Fed)이 조만간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일 것이란 전망에 ‘금리가 오르기 전 채권을 발행하자’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