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선언 채택…美 출구전략 따른 파급효과 관리 등 합의
시리아 합의 무산…한국·미국 등 11개국 정상 시리아 제재 촉구 성명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이틀 동안 열렸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6일 오후(현지시간) 폐막했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주제로 두 차례의 토의 세션과 업무 만찬 및 업무 오찬을 잇따라 열었던 정상들은 이틀간의 회의 결과를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뒤 회의장인 콘스탄티노프궁을 떠났다.

애초 G20 정상회의의 본래 취지인 경제 문제 토론 외에 국제 현안인 시리아 문제를 둘러싸고 참가국 정상들이 치열한 외교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으나 예상만큼의 접전은 없었다.

회의를 주재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격 제안으로 공식 의제에 없던 시리아 문제가 첫날 업무 만찬 의제로 채택되긴 했지만 정상들은 각국의 기존 입장을 밝히고 재확인하는 선에서 토의를 마무리했다.

회담이 끝난 뒤 시리아 사태와 관련한 별도의 성명은 나오지 않았다.

◇ 푸틴-오바마 별도 면담…"이견만 확인" = 시리아에 대한 군사공격을 두고 팽팽히 맞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별도의 면담을 통해 시리아 사태를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폐막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20~30분 동안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의견을 들었다"며 "그러나 이견은 그대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시리아에 대한 군사공격은 유가 상승을 초래해 세계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가 군사공격을 받으면 지원할 것인가'란 질문에 "그럴 것이다"고 답했다.

푸틴은 "지금도 시리아에 무기를 공급하고 경제분야에서도 협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시리아 주민들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는 식의 협력이 더 증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도 두 정상이 별도의 면담에서 시리아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소개하면서 앞으로 양국이 외교부 채널을 통해 시리아 관련 문제를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실장은 G20 정상들이 기존 입장들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을 뿐 아무런 타협점도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업무 만찬에서 정상들이 시리아 군사공격에 대한 이견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공격 찬성파와 반대파가 반반 정도로 나뉘었다"고 분위기를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폐막 기자회견에서 "반반 정도가 아니라 군사공격 반대 견해가 찬성 견해보다 더 우세했다"고 주장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회의 첫날 업무 만찬에서 G20 정상들을 상대로 연설하면서 시리아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거듭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은 "화학무기 이슈가 국제사회와 국제안보에 중요하다는 점을 확신하지만 이와 관련한 대응 조치는 유엔 안보리의 틀 내에서 결정돼야 하며 이것은 원칙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 오바마 "유엔 보고서 나오면 푸틴 곤란해질 것" = 오바마 대통령은 별도의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정상회의에서 시리아 사태에 대해 충분한 의견을 나눴고, 이번 사태를 좌시해선 안 된다는 인식이 커졌다"면서 "많은 국가가 시리아 사태에 대한 성명을 개별적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의 별도 면담에 대해 설명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동의하리라고 기대하지 않지만 유엔 보고서가 나오면 그도 자신의 입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고 공세를 폈다.

미국 등 서방국과 한국을 포함한 11개국 정상은 회의 폐막 뒤 시리아의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정상들은 "참상 현장의 증거들이 시리아 정부에 화학무기 사용의 책임이 있음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이 같은 잔학 행위의 재발을 막고 중대한 국제 규범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G20 정상들이 이번 회의에서 국제사회의 최대 현안인 시리아 사태 해법을 모색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하자 시리아 제재를 지지하는 회원국들만 별도의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 경제분야선 미국 출구전략 공조 합의 등 성과 = G20 정상들은 이날 폐막에 앞서 이틀째 일정으로 정오께부터 '일자리 창출과 투자' 주제의 제2 세션 토의와 '성장과 무역' 주제의 업무 오찬 논의를 계속했다.

약 1시간 30분 동안의 제2 세션 토의가 끝난 뒤 정상들은 회의장인 콘스탄티노프궁 앞 정원으로 나와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G20 회원국 정상과 초청국 정상, 국제기구 대표 등 34명의 참석자들은 3열로 서서 촬영에 응했다.

푸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첫 번째 열에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었다.

G20 정상들은 회의 폐막과 함께 27쪽 분량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에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투자 촉진, 다자통상 확대, 세제 개혁, 조세 회피 방지, 국제금융기구 개혁 등의 경제 현안들에 대한 합의사항들이 담겼다.

정상들은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급효과(spillover)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로 합의했다.

또 모든 선진국과 일부 신흥국이 2016년 이후의 중기 재정건전화 전략을 마련하고 차질없이 이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2010년에 합의한 국제통화기금(IMF) 쿼터·지배구조 개혁안의 조속한 비준도 촉구했다.

지역 간 금융협력과 글로벌 금융안정을 위해 IMF와 지역금융안전망(RFA) 간, 그리고 RFA 상호 간 협력 강화 필요성에도 합의했다.

정상들은 이밖에 실업과 불안정한 고용이 세계 경제의 주요 문제 가운데 하나로 남아있다는데 공감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는데도 견해를 같이했다.

◇ 크렘린 공보실장 "영국은 작은 섬나라" 발언 물의 = 회의 기간엔 페스코프 실장이 시리아 공격에 찬성하는 영국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페스코프 실장은 5일 자국 언론 상대 브리핑에서 시리아 문제의 군사적 해결을 주장하는 영국과의 이견과 관련 "영국은 작은 섬나라일 뿐이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해 영국 측의 반발을 샀다.

영국 정부는 세계 주요국 정상을 초청해 놓고 정부 관료가 이런 발언을 한 게 사실이라면 중대한 외교적 결례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