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窓] 한국 증시 밸류에이션 상승 기대
올해 글로벌 증시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반면 한국 중국 등 이머징 증시는 연초 대비 하락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과 이머징 증시의 엇갈린 수익률의 핵심에는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이 자리 잡고 있다.

연초 이후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상승하지 못한 이유는 뱅가드 펀드 물량 출회, 북한 리스크, 엔화 약세, 중국 경기 둔화 때문이다. 현재 MSCI한국지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8.2배다. 3년 평균 8.9배, 이머징 9.9배보다 낮다. 일각에선 낮은 밸류에이션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밸류 트랩’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지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낮게 평가된 주식이 시장에서 재평가받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이런 변화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톱다운(top-down) 시각으로 살펴보면 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책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선진국 증시는 하락한 반면 한국 등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는 국가들의 주가는 상승했다.

특히 인도 등 일부 이머징국가에 대한 우려가 부각됐지만 한국 증시는 차별화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신흥국들은 경상수지가 적자이고 성장률 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펀더멘털이 취약한 국가다. 반면 한국과 중국은 경상수지가 흑자이면서 밸류에이션 부담도 없다. 이런 매력이 부각되면서 한국과 중국의 주가가 강세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보텀업(bottom-up) 시각으로 보면 최근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외국인도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성장성보다는 안정성으로 옮겨가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는 한국 증시 및 종목에 주목한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가 문제인데 한국 증시 밸류에이션 상승 여건이 갖춰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미국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유럽 경제지표가 회복되면서 글로벌 경기 모멘텀이 개선되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 완화에 따른 유동성 환경 개선, 리스크 프리미엄 하락도 우호적이다. Fed의 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한국 증시는 완만한 상승세가 기대된다.

김성욱 < SK증권 리서치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