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엊그제 열린 중견기업 경쟁력 강화 토론회에서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은 “편법 상속이나 증여가 아닌 것이 명백한데 이런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 대해서까지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차라리 법인세를 올리는 게 낫다”고 하소연했다. 일감 과세로 증여세를 내느니 법인세를 좀 더 내는 게 불확실성도 없애고 실제 세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기업인이 스스로 법인세를 더 내겠다는 말까지 하겠는가. 그만큼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부당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 7월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대상 1만여명에게 처음으로 신고 안내문을 보냈다. 그런데 이 중 99%가 중소·중견 기업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반발이 심하자 부랴부랴 중소기업에 한해서는 과세요건을 완화해주기로 한 바 있다. 과세 대상인 대주주 지분율을 3%에서 5%로, 내부거래비율은 30%에서 50%로 높였다. 그런데 이번엔 중견기업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를 비롯, 각종 경제민주화 입법 와중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끼여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게 중견기업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 중견기업에 대해서도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일감 과세요건을 완화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에 요건을 완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손질하든 혜택을 못 보는 기업은 나온다. 만약 대기업만 적용한다면 법의 보편성은 없어지고 그야말로 대기업 차별법이 되고 만다. 이런 분란이 생기는 근본적 이유는 일감 과세가 처음부터 잘못된 입법이었기 때문이다. 일감 몰아주기는 대부분 대기업이 행하고 이런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면 중소기업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단순 논리부터가 오류였다. 1000억원 정도인 세수를 위해 이런 부작용과 비효율을 양산하는 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더욱이 일감 몰아주기는 공정거래법상 별도의 규제와 과징금 처벌까지 받도록 돼 있다. 중복 처벌로 위헌 논란까지 초래하는 부조리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잘못된 입법을 되돌리는 데는 약간의 용기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