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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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과 잘 모르는 사람과는 122㎝가량 거리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 정도 거리는 둬야 낯선 존재와의 대면에서 오는 불편함에서 벗어나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카페에서 사람을 만날 때 테이블 하나를 두고 마주앉는 거리가 대략 이 정도다. 이 공간적 거리는 관계의 발전에 따라 점차 좁혀진다.

낯선 이에게 처음부터 너무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상대에게 친밀한 인상을 주기보다는 경계심을 심어줄 가능성이 더 높다. 122㎝는 상대편을 배려하는 ‘매너 거리’인 셈이다.

그런데 새들 사이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어 흥미롭다. 태국 방콕 도심의 전깃줄 위에 나란히 앉은 비둘기를 보라. 마치 계산이라도 한 듯 일정한 간격으로 자리하고 있다. 잘은 모르지만 그들에게도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일정한 간격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리적 매너 거리도 중요하지만 ‘심리적 매너 거리’도 중요하다. 처음 보는 이에게 과잉 친절을 베푸는 것은 되레 상대편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적당한 친절, 그것을 우리는 배려라고 부른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