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일가, 추징금 액수·납부방법 막판 조율 중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이 미납 추징금 자진 납부 금액과 방법을 놓고 최종 입장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8년 전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떠나면서 발표한 서울 연희동 자택 앞 ‘골목성명’이 재연될지 주목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 일가는 지난 4일 가족회의를 열고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분담해 자진 납부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 재국씨가 700억원 이상, 재용씨 500억원대, 3남 재만씨 200억원대, 딸 효선씨는 40억원 등을 부담키로 하는 등 구체적 방안을 모색했다는 것.

문제는 이들이 가진 현금이 없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검찰에 압류된 부동산으로 대신 내는 방안을 놓고 검찰과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검찰은 경기 오산 땅과 재용씨의 이태원 빌라 세 채, 조카 이재홍 씨 소유였던 한남동 땅과 연희동 사저 내 정원 부지, 재국씨의 허브빌리지와 각종 미술품, 이순자 씨의 개인연금보험 등을 압류한 상태이다. 이들 재산의 가치는 800억~900억원가량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서울중앙지검 추징금 특별환수팀 관계자는 “전씨 측에서 이런저런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압류 부동산으로 낼 경우 경매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낮아질 수 있고, 양도소득세도 물어야 하는 단점이 있다”고 전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스크로 방식으로 은행에 압류 부동산을 신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경우 부동산을 무리하게 싼 가격에 경매에 부칠 필요가 없고, 추징금 규모도 낮춰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전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돈이 없지만 성의를 다해 갚겠다는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과문을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발표 주체는 건망증과 기억상실 증세가 있는 전 전 대통령보다는 부인 이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재용씨는 이날 오전 검찰에 출석해 수사 내용과 관련한 소명자료를 내고 돌아갔다. 검찰 관계자는 “자진 납부 계획과 관련해 제출한 것은 없으며 해외 부동산 자금원에 대한 소명자료만 냈다”며 “자료만 제출하고 10분 뒤 돌아갔다”고 전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