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왕서방은 담배와 짝퉁을 좋아해
RAC그룹의 샤 피루지는 원래 비흡연자지만 중국에 와서 담배를 피우게 됐다. 비즈니스 협상장에서 잠깐 쉬면서 밖에 나가 담배를 피우는 시간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때 오가는 대화가 협상장 대화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정보를 지니고 있음을 안 후에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한·중 수교 이후 중국 유학 1세대인 김동하 부산외대 교수는 《차이나 머천트》에서 음식 접대, 비즈니스 예절부터 상거래 기술, 협상 전략까지 중국 상인과 상문화를 꼼꼼히 다룬다. 협상의 달인인 중국 상인들은 신중하게 생각하고 느긋하게 처리한다. 앉은 자리에서 바로 답을 내놓으라는 한국 방식과 다르다. 그들에게 ‘계약’은 형식상의 절차일 뿐이다. 모든 사업의 성패는 흔히 인맥이라고 표현되는 ‘관시(關係)’를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저자는 지역별 중국 상인의 특징을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전한다. 가령 베이징 상인은 정치를 가까이하기 때문에 권력과 연계하는 것을 선호한다. 반면 광둥 상인은 정치를 멀리하고 종일 일하며 모든 에너지를 돈 버는 데만 집중한다. 상하이 상인은 치밀하고 계산적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식품을 ㎏ 단위로 판매하지만 이들은 ㎎ 단위로 판다.

저자는 중국 비즈니스 현장에서 체면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명품 짝퉁을 찾는 이유, 명함에 많은 직함이 적혀 있는 것도 체면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