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올림픽 유치전 의식한 전시행정" 비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오염수 유출 대책에 국비 470억엔(약 5천200억원)을 투입키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재정 및 예산 담당 부처인 재무성을 배제하는 등 정책을 급조한 정황이 있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4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책에 투입키로 한 470억엔 가운데 금년도 예산 예비비에서 210억엔을 사용하는 논의는 지난달 중순부터 총리 관저와 경제산업성이 진행했으며, 재무부는 참여하지 않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2주전'에 오염수 유출 대응에 예비비를 사용하는 등의 가능한 방안을 시행할 것을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산업상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가 장관이 지시했다는 시점인 8월12일 무렵까지 재무성은 관련 논의에서 빠져 있었다고 마이니치는 소개했다.


마이니치는 오염수 문제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에서 있을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에 미칠 영향을 의식한 정부가 대책을 서둘러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도쿄는 스페인 마드리드, 터키 이스탄불과 함께 2020년 올림픽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복수의 정부부처 관계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5∼6일·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7일·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기 전날인 3일 오염수 대책을 내놓기 위해 전력질주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결과적으로 올림픽을 의식했다고 해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또 아사히 신문은 원전 주변 땅을 얼려 원전 단지 쪽으로의 지하수 유입을 차단하는 '동토벽' 건설 등에 국비를 투입키로 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라고 지적하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 문제를 정부가 어디까지 책임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정권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도쿄신문은 사설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의 당사자 능력이 의문시되는 상황임을 생각하면, 정부는 더 일찍 오염수 대책에 주력했어야 했던 것 아닌가"라고 지적한 뒤 "아베 내각이 이 시기에 국가의 관여 강화를 결정한데는 올림픽 개최도시 결정을 앞두고 도쿄의 유치에 미칠 영향을 억제하려는 의도가 작용했는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일본 정부는 전날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수 유출 사태와 관련, 동토벽 건설 등에 총 470억엔의 국비를 투입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