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베트남 타이응우옌성 옌빙에 짓고 있는 휴대폰 제2공장. 내년 2월 말 공장이 완공되면 삼성의 베트남 내 휴대폰 생산량은 2배로 늘어난다. 정인설 기자
삼성전자가 베트남 타이응우옌성 옌빙에 짓고 있는 휴대폰 제2공장. 내년 2월 말 공장이 완공되면 삼성의 베트남 내 휴대폰 생산량은 2배로 늘어난다. 정인설 기자
“하루빨리 완공하겠다는 생각에 휴일도 거의 쉬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찾은 베트남 삼성전자 휴대폰 2공장 신축 현장.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북쪽으로 100㎞가량 떨어진 타이응우옌성 옌빙에 자리잡은 이곳의 기온은 36도. 10분만 나가 있어도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30분이 지나니 얼굴이 뻘겋게 달아오르고 머리가 어지러워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그러나 실내 에어컨 바람으로 더위를 식히는 이는 기자뿐. 1000명이 넘는 현장 작업 근로자들은 무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작업에 열중이었다. 베트남 삼성 휴대폰 2공장 건설을 책임지고 있는 황철오 삼성물산 현장소장은 “6월과 7월엔 기온이 43도까지 올라갔어도 작업을 멈춘 적이 없다”며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시원한 편”이라고 웃었다.

◆“생산 생각하면 하루도 쉴 수 없어”

['기업 韓流' 베트남을 가다] 본격가동 땐 생산 2배…베트남 수출액의 40%
황 소장은 지난 3월 착공 때만 해도 2공장 건설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봤다. 중국에서 삼성전자의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을 세운 경험이 많아 설비가 덜 들어가는 휴대폰 공장 건립은 좀 더 쉽지 않겠느냐고 판단했다.

결과는 오판이었다. 베트남 특유의 토양이 문제였다. 흙끼리 붙는 점성이 높아 해가 뜨면 땅이 굳어버렸다. 그러다 소나기성 강우가 지나고 나면 거짓말처럼 땅은 모래처럼 녹아버렸다. 때문에 여느 공사처럼 건물 축대를 거대한 해머로 박을 수도 없었고 유압으로 밀어넣을 수도 없었다. 결국 땅을 모두 파내 축대를 묻고 다시 흙을 덮는 방식을 썼다.

그러다 보니 축대를 박는 작업이 6월에 끝났다. 공사가 예정보다 3개월 이상 늦어진 것이다. 황 소장은 “파일링 공사가 늦어져도 당초 계획했던 완공일을 맞춰야 한다”며 “내년 2월 말까지 모든 공사를 끝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곳에 연면적 23만8000㎡(약 7만2000평)의 휴대폰 공장을 짓는다. 휴대폰 부품동과 완제품 조립동 두 개의 건물을 지어 매달 휴대폰 1000만대를 생산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의 베트남 내 휴대폰 생산량은 2배로 늘어난다. 삼성전자는 박닝성 옌빙공단에 있는 1공장에서만 지난해 1억1900만대의 휴대폰을 생산했다. 올해는 생산량이 1억50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중 3%가량인 400만~500만대 정도만 베트남 내수용으로 공급된다. 베트남 휴대폰 생산량이 늘면 늘수록 베트남 수출이 증가하는 이유다.

올해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은 베트남 수출액 중 17%가량을 담당하고 옌빙 2공장이 완전가동하는 2015년에는 이 비중이 40% 선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생산비용도 한국에서 스마트폰을 만들때보다 14%가량 줄어든다.

심원환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전무는 “삼성 휴대폰 생산이 늦어질수록 베트남의 수출액이 줄어들어 완공을 늦출 수 없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신화도 베트남에서 재현

40여년 전만 해도 베트남은 철강 강국이었다. 국영기업인 베트남 철강총공사가 1968년 이미 철을 만드는 고로를 보유하고 있었다. 1970년에 고로를 확보한 포스코보다 2년 빨랐다. 문제는 설비가 아니라 대규모 투자와 기술이었다. 이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데 포스코가 큰 역할을 했다. 포스코는 1992년 대우에 이어 국내 기업 중 두 번째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3년 뒤 베트남 철강총공사와 합작해 하이퐁에 선재 철근을 만드는 생산라인을 만들었다.

이후 2개의 냉연 공장과 가공센터 등을 추가로 지어 연간 300만t 규모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확보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 철강사 중 가장 많은 13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1일엔 베트남 빈즈엉성에 연간 생산량 6만t 규모의 제2 스테인리스 냉연 가공센터를 완공했다.

안성구 포스코 하노이사무소장은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를 맺기 전 베트남에 진출해 20여년간 베트남 제조업 발전에 기여해왔다”며 “2025년까지 중화학 중심의 산업국가로 발전하려는 베트남 정부의 계획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