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회사 측이 30일 재개된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기본급 대비 5.05% 인상된 일괄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고민한 흔적이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거부해 다음달 2일과 3일 또다시 9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노조 “여전히 부족하다”

윤갑한 현대차 사장(왼쪽)과 문용문 현대차노조위원장이 30일 교섭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윤갑한 현대차 사장(왼쪽)과 문용문 현대차노조위원장이 30일 교섭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는 이날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노조 측과 진행한 21차 본교섭에서 △호봉승급분 포함 임금 9만5000원 인상(기본급 대비 5.04% 인상) △성과급 350%+500만원 △목표달성 장려금 300만원 △주간 2교대제도 정착 특별합의 명목 통상급의 50% 지급 등을 제시했다. 회사 측은 “대내외 경영환경을 고려해 회사가 어렵게 일괄 제시안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일반 조합원들도 “지금까지의 노사협상 관행에 비춰볼 때 회사가 이번에 파격적인 안을 내놓았다”고 반기는 분위기였다.

노조집행부는 그러나 회사 측의 일괄 협상안에 대해 수용을 거부하고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오는 9월2일과 3일 1, 2조 각 4시간 부분파업 및 잔업 1시간 거부를 확정했다. 6일에는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상경 투쟁 일정도 잡았다.

노조는 파업 일정 결정과 함께 다음달 2일과 3일 추가 교섭일정도 제시했다. 문용문 노조위원장은 이날 쟁대위에서 일부 강성 현장조직들이 파업 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위원장은 “이번 제시안은 회사가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는 이날 교섭에서 노조 단협요구안 9개 항에 추가 의견을 접근시켜 전체 75개 중 44개에 합의했다.

○중소 협력업체 “피멍 든다” 하소연

현대차 노조 "더 내놓아라" 또 부분파업
파업이 이어지면서 협력업체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현대차에 납품하는 1·2·3차 협력업체는 5000여곳, 직원 수만 40만명으로 추산된다.

경주 외동공단 K사 김모 부사장(49)은 “매출이 노조의 파업 이전보다 30% 이상 줄었다”며 “파업이 더 길어지면 생산라인을 돌리기 힘들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울산 매곡부품단지의 15년 경력 근로자 이모씨(50)는 “월급의 3분의 1이 잔업·특근 수당인데 노조 파업으로 다 날아가게 생겼다”며 “파업이 길어지면 대리운전 알바(아르바이트)라도 나서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지난 20일부터 30일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1, 2조 2~4시간씩의 부분파업과 잔업 및 주말 특근 거부로 자동차 2만8084대를 만들지 못해 5763억원 상당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노사가 이미 합의해 시행 중인 휴일특근 방식을 놓고 현장조직들이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줄여 노동 강도를 낮춰야 한다”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서 최종 타결 때까지 진통이 따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회사 측은 “5월 노사 합의를 거쳐 시행하고 있는데 재협의 요구는 있을 수 없다”고 맞섰다.

○기아차 노조도 내달 2일 퇴근파업

기아자동차 노조는 이날 제2차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다음달 2일 주·야 4시간씩 회사 측의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퇴근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지난 21일과 29일, 30일 주·야 2시간씩 부분파업에 이어 네 번째 파업이다.

노조는 또 내달 4일에는 주·야 4시간씩 중간파업을, 6일에는 주·야 4시간씩 퇴근파업을 하기로 했다. 노조는 내달 9일 3차 쟁의대책위를 열어 추가 파업 일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기아차 노사는 앞서 지난 28일 광주공장 연구동에서 7차 본교섭을 열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