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정부 승인 얻다보면 같이 시작한 연구 외국에 2~3년 뒤져"
“줄기세포 연구 자체를 법률로 규제하는 나라는 거의 없죠.”

이동률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 부소장(차의과학대 의생명과학과 교수·사진)은 국내 줄기세포 연구가 처한 현실을 이렇게 꼬집었다. 이 부소장은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1인자로 꼽힌다. 지난해 LA차병원 인근에 연구실을 세워 미국 내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아 난자를 이용한 체세포 복제를 시도하고 있다. 해외를 연구거점으로 삼은 것은 국내 연구에 대한 법적 규제가 까다로워서다.

국내에서 줄기세포를 연구하려면 보건복지부 승인을 얻어야 한다. 과정은 다른 나라와 비슷하지만, 우리나라는 승인 외에 법적인 규제를 한 번 더 넘어야 한다. 연구와 관련한 시행령이 제정되지 않으면 승인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연구 하나를 진행하려고 시행령을 만드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같은 연구를 시작한 해외 박사들에 비해 연구가 2~3년 지연되는 까닭이다.

이 부소장은 “어떤 연구를 미국이나 영국에서 시작하면 그제야 부랴부랴 뒤따라 가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과도한 규제 탓에 국내 줄기세포 연구가 세계를 선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국내 줄기세포 기술에 대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평가했다. 국내 학자들이 진행 중인 ‘성체줄기세포’ 연구의 상당수가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세계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평가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도 “임상시험에 들어간 곳들이 있어 현재 속도라면 10년 안에 실용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미국을 가보니 임상시험 과정에서 줄기세포를 특화해서 검사하는 새로운 트랙의 검증과정을 연구하고 있었다”며 “줄기세포 연구를 특화된 기술로 인정하고 거기에 맞는 검증을 적용하는 것도 좋은 시도”라고 덧붙였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