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의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유출돼 태평양으로 흘러들었을 가능성을 시인했다고 일본 현지언론이 지난 22일 보도했다.

도쿄전력은 성명을 통해 "원전가동을 위한 저장탱크에서 오염수 300t이 유출됐고, 오염수 대부분은 땅 속으로 스며들었지만 탱크 부근 배수구에서 시간당 6밀리시버트의 높은 방사선이 측정됐다"고 밝혔다. 다른 2곳의 저장탱크 주변 방사선 수치도 높게 측정돼 일본정부와 원전 운영사의 안전 불감증 문제가 부각됐다.

외국 언론들도 우려를 표명하며 후쿠시마 원전 문제를 다시 집중 조명하고 있다.

뉴욕타임즈(NYT)는 23일 "전문가들은 채취한 바닷물에서 증가한 세슘수치로 볼 때 현재 밝혀진 오염수보다 더 많은 양이 지하로 흘러들어 태평양에 유입됐을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지하로 유출된 오염수의 방사능 오염도가 높아 오염수의 태평양 유입이 가속화되면 국제적으로 큰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NYT는 아베 신조 총리의 행보에도 주목했다. 오는 '2020년 하계 올림픽 유치에 도전장을 내민 도쿄의 막판 득표전을 지원하기 위해 아베 신조 총리가 다음달 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전하며 '원전사고 발생 지역과 도쿄 간 거리가 불과 약 241km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사고 등급을 '이례적 사건'에 해당하는 1등급에서 '중대 이상'을 뜻하는 3등급으로 격상했다'고 21일 보도했다. 22일에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2011년 멜트다운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BBC의 도쿄 특파원은 "일본 정부의 원전사고 후속 조치가 무능력과 안이함 투성이라는 지속적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핵 전문가 마이클 슈나이더는 22일 BBC를 통해 최근 도쿄전력이 시인한 후쿠시마원전 오염수누출은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처리하는 오염수 양이 막대한데다 오염수가 새는 것은 저장 탱크뿐만 아니라 지하나 바닥에 금이 간 어느 곳이든 새고 있으며 그 양을 짐작하기 어렵다. 문제는 원자로인근 사방으로 흘러나갔을 오염수의 정확한 양을 알 수 없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바닷물을 채취해 검사했던 우즈호올 해양학연구소의 켄 뷰슬러 박사도 "많은 전문가들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멜트다운 이후 지속적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한 오염수의 유출을 경고한 바 있다. 현재 원전주변에 하루 400t씩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방사능 폐수 모두를 저장할 만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추후 또다른 지진이 발생했을 시 엄청난 양의 오염수 저장탱크 관리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CNN은 21일 방송을 통해 "폐수의 방사능 오염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현장에서 작업하는 인부들을 비롯해 주민들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일본 정부와 당국의 원전관리감독에 대한 발표를 전적으로 신뢰하기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바다로 유출된 오염수가 얼마나 흘러나갔을지, 일본정부에서 어느정도로 엄밀하게 오염수를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해 누구도 확신할 수 없어 이번 유출이 얼마나 큰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영국 통신사는 23일 오염수의 또다른 누수 가능성에 대해 보도했다.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저장 탱크 1000여개 가운데 350개의 접합 부분이 용접 대신 볼트로 연결한 뒤 틈새를 합성수지 패킹으로 마감한 것으로 고무 패킹이 강도가 떨어지면 누수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현재 40만t을 넘는다는 오염수가 일본정부의 현재까지 대응책을 고려해 볼 때 언제까지 안전하게 보관될 수 있을지 세계인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경닷컴 이정진 인턴기자 jleel0803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