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종시 출장가는 날입니다"
삼성 우리투자 한국투자 현대 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사 법인영업 담당 직원들은 요즘 1주일에 한 번씩 모여 세종특별시로 출장을 간다. 서울에 있는 국민연금, 사학연금 등 주요 연기금과 대형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영업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텐데 무슨 이유에서일까.

국민주택기금을 운용하는 국토교통부가 작년 12월 세종시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국민주택기금은 약 1조원을 주식에 투자하는 ‘큰손’이다. 기금 위탁운용을 맡은 증권사 직원들은 시간을 쪼개 세종시로 건너가 투자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한 증권사 법인영업부 이사는 “5개 증권사 법인영업 담당자들이 1주일에 한 번씩 모여 세종시 국토부 주택기금과를 방문한다”며 “큰 고객인데 안 갈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주택기금의 지방 이전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증권사 법인영업 직원들의 지방 출장은 잦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약 4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우정사업본부가 내년 말 세종시로 이사한다. 75조원 규모 국내 주식을 보유 중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2016년 상반기 전북 전주시 이전이 확정됐다.

우정사업본부가 고객인 한 법인영업 직원은 “앞으로 세종시에 가긴 가야 할 텐데, 왔다갔다 할 생각을 하니 벌써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