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기업 13곳의 1,2대 주주…'10%룰' 완화로 힘 더 세질 듯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 방안에 상장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20개 상장사 중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 13곳의 최대 주주나 2대 주주를 꿰차고 있을 정도로 위상이 커졌다. ‘10%룰’(국민연금의 특정 종목 지분율이 10%가 넘을 경우 단 1주를 매매하더라도 5일 내 보고) 완화로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비중 확대 기조는 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강화를 이유로 경영 간섭에 나서면 방어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20개사 중 6월 말 기준 국민연금 지분율이 5% 이상인 상장사는 삼성생명 한국전력 등 두 곳을 제외한 18개다.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인 곳은 삼성전자(7.43%) 포스코(6.14%) 신한금융지주(7.28%) 네이버(8.91%) KB금융지주(8.92%) 등 5곳이다. 현대차(6.99%) 현대모비스(7.17%) 기아차(6.01%) SK하이닉스(9.41%) LG화학(7.69%) SK이노베이션(8.59%) LG전자(9%) LG디스플레이(6.1%) 등 8개사는 국민연금이 2대 주주다. 이들 상장사를 포함해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들고 있는 곳은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을 합쳐 248곳이다.

국민연금의 상장사 지분율은 더 올라갈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내년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작년 말 18.7%에서 20%까지 늘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는 29일부턴 10%룰도 완화된다. 보고 기간이 ‘5일’에서 ‘다음 분기 첫째달 10일’로 바뀌기 때문에 투자전략 노출을 꺼려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다. 국민연금은 만도의 자사주 소각으로 의도치 않게 지난 6월3일 기준 지분율이 10.01%로 올라가자 같은달 7일과 10일 총 3565주를 팔아 지분율을 9.99%로 낮추기도 했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9% 이상이라서 추가 매수 가능성이 높은 종목은 47개다. 만도(9.99%) 유한양행(9.89%) 제일모직(9.80%) CJ제일제당(9.57%) 하나투어(9.5%) 동아에스티(9.5%)의 국민연금 지분율은 9.5%가 넘는다.

10%룰 완화가 특히 중소형 상장사에 부담이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윤정선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같은 금액의 주식을 사더라도 대형주보단 중소형주 지분율이 더 많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와 관련해 중소형 업체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