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된 전자부품 업체 S사의 대표 A씨 등 전·현직 임직원이 최근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자기자본이 거의 없이 사채를 끌어다 업체를 인수한 이들은 번갈아가며 회사를 주물렀다. 차명 보유한 비상장 주식을 고가에 사들이거나 분식회계 후 유상증자를 공모하고 친인척을 통해 회사 자금을 빼돌리는 등 범죄가 반복됐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문찬석 부장검사)은 재무제표를 검토하다 범행 단서를 발견, 상장폐지 직후 수사에 나서 범행을 밝히고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주가조작범 절반 구속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출범 100일…'주가 조작꾼' 등 구속비율 10배 높아져
검찰이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예금보험공사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 함께 발족한 증권범죄합수단이 출범 이후 중대 증권범죄를 발 빠르게 처리하고 있다. 관련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과거 어려움을 겪던 범죄수익 환수가 보다 신속히 이뤄질 전망이다.

증권범죄합수단은 20일 발족 이후 100일 동안 14건의 중대 범죄를 수사해 81명을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출범 이후 범죄자 구속 비율은 높아지고 평균 사건 처리 기간은 크게 줄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 조작으로 업체가 상장폐지된 직후 관련 범죄자들이 잡힌 것은 드문 사례”라며 “최근 예당엔터테인먼트 대표의 동생 변모씨가 형의 죽음을 숨기고 주식을 거래했다가 검찰에 체포된 사례도 주가 조작에 대한 검찰의 속전속결 처리”라고 평가했다.

합수단은 지난 5월2일 출범 이래 100일간 81명을 입건해 60명을 재판에 넘기면서 이 중 31명을 구속 기소했다. 구속 비율은 51.7%로 2010~2012년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한 사건 평균치(4.9%)보다 열 배 이상 높아졌다.

사건당 평균 처리 기간도 26일로 짧아졌다. 합수단 출범 전 3년간 서울중앙지검 수사 사건의 처리 기간은 평균 124일이었다.

합수단은 출범과 동시에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했다. 패스트트랙이란 거래소에서 발견한 증권범죄를 금감원과 금융위를 거쳐 검찰에 보내던 것을 거래소에서 검찰로 바로 보내 수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에 따라 거래소에서 범죄를 발견한 후 검찰로 보내기까지 기간도 과거 1년 이상이던 것이 2~4개월로 줄었다는 게 합수단의 설명이다.

주가 조작 등으로 취득한 범죄수익 환수 조치도 이뤄지고 있다. 현재까지 국고에 환수된 돈은 45억1200만원이며 혐의자들이 보유한 주식·부동산과 리조트 지분 등 9건(143억8000만원 상당)에 대한 추징 보전 명령도 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다.

○다양한 주가 조작 사건 적발

합수단이 처리한 사건에는 대주주와 경영진이 전문 주가조작꾼을 고용해 자사 주식을 띄우는 등 특이 사례가 많았다. A사 대주주와 경영진은 2008년 6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주가 조작 전문조직을 동원해 자사의 주가를 조종, 95억1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C사에서는 아예 회사 건물 지하실에 시세조종 작업실을 마련해 놓고 전문꾼들을 불러 주가를 조작했다. 형제가 ‘생업형’으로 오피스텔에서 주가 조작을 벌이다가 현장을 급습당해 곧바로 체포된 사례도 있었다.

합수단 관계자는 “과거 주가 조작 사건은 수사가 지연돼 범죄수익 환수에 차질을 겪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끝까지 추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