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법정 증언을 마친 증인을 검찰이 위증죄로 입건해 다시 진술을 받아냈다면 이를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부도를 낸 거래처의 지게차를 훔친 혐의(절도)로 기소된 나모(53)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판에서 이미 증언을 마친 증인을 소환해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를 유죄 증거로 삼는 것은 당사자주의·공판중심주의를 지향하는 형사소송법에 어긋난다"면서 "피고인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는 한 증거능력이 없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증인 김모씨의 검찰 피의자신문조사 사본은 1심 공판에서 증언을 마친 김씨를 검찰이 위증죄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하면서 작성한 것"이라며 "김씨의 피의자신문조서 사본을 증거능력이 있다고 본 원심은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시했다.

무역업에 종사하던 나씨는 거래처 사장인 김씨가 부도를 내고 행방을 감추자 김씨 공장 내에 주차돼 있던 지게차를 500m 떨어진 공터까지 옮긴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피해자인 김씨와 또다른 증인이 나씨가 무죄라는 취지로 증언했고 결국 나씨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검찰이 김씨를 위증 혐의로 입건해 다시 피의자신문조서를 받는 과정에서 김씨는 1심 증언이 위증이고 나씨가 유죄라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했다.

2심 재판부는 이같은 검찰 피의자신문조사를 증거로 인정해 나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