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퇴직연금 사업에서도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시장 점유율이 미미한 데다 수익성도 악화돼 사업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SC금융지주는 자회사인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SC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사업에서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 상황에서 사업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커 신규 업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SC은행은 기존 고객의 계약을 다른 사업자에 순차적으로 이전해 퇴직연금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다는 계획이다. SC은행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결정하고 금융감독 당국에 보고를 마쳤다.

SC은행은 2011년 3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퇴직연금사업자 인허가를 받아 퇴직연금 시장에 발을 들였다. 그러나 이번 철수 결정에 따라 2년6개월 만에 사업을 접는다. SC은행 관계자는 “사업 출범 후 대형 금융사에 밀려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사업 비용만 늘어나 (사업을) 유지하는 게 더 불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말 운용관리계약 기준 전체 퇴직연금 시장에서 SC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0.1%에도 못 미친다. 대형 시중은행 및 보험사 10곳이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기업들이 대부분 주거래은행 등에 퇴직연금을 맡기기 때문에 큰 기업 고객이 없는 작은 금융사는 발 붙이기가 쉽지 않다. 앞서 한국씨티은행과 NH농협증권 등도 시장에서 철수했다.

SC금융은 향후 사업 방향을 VIP 고객에 대한 자산관리로 잡았다.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을 매각하기로 한 것도 이런 방향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SC은행 관계자는 “좀 더 수익성이 높은 사업 위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