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를 코앞에 뒀던 금호산업이 경영정상화의 방법을 찾아냈다는 보도다. 산업은행 등 금호산업 채권단이 508억원의 채권단 보유 무담보채권과 790억원의 아시아나항공 보유 금호산업 기업어음을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경영정상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다는 것이 채권단의 계산이다. 금호산업을 정상화시키고 보자는 채권단의 결정은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한 현명한 결정이다.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 그룹 핵심 계열사다. 하지만 건설경기 불황의 여파로 올초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에도 감자를 통해 근근이 자본잠식률을 낮추는 등 어려움이 계속돼 왔다. 이런 금호산업의 상장폐지는 그룹의 경영안정과 정체성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그동안 금호산업의 구조조정이 미뤄져왔던 것은 출자전환과 그룹 내 지분매각 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러나 구조조정 기업에 대해서는 순환출자규제를 배제하자는 채권단의 결심이 나왔고 그 결과 지난주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게 된 것이다.

사실 순환출자규제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특이한 반기업적 규제다. 어느 나라에도 비슷한 규제가 없거니와 당연히 국가별로 다양한 자본구조가 허용되고 있다. 더욱이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순환출자규제에 대한 논란이 크게 불거졌고 금호산업의 경우처럼 기업구조조정에 새로운 걸림돌이 나타나게 됐던 것이다. 바로 이 문제를 채권단이 극복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아주 성숙한 구조조정 사례라고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의 구조조정은 기업은 팔려가고 기업가는 버려지는 파괴적 과정이라는 측면도 없지 않았다. 국내 상장사 중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곳이 150여 곳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금호 방식을 다른 구조조정 기업에도 적용해봄직하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30대 재벌의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그 결과가 바로 산업계의 극심한 양극화요 기업하려는 의지의 소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