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양 씨의 ‘셀레스티얼’.
주도양 씨의 ‘셀레스티얼’.
“사진은 현실 세계를 재현하지만 실제로는 어느 한순간을 찍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실 세계 모습은 계속 바뀌고 지연되는 것이죠.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처럼 저도 늘 현실에 마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합니다.”

오는 20일까지 서울 관훈동 갤러리 이즈에서 개인전을 펼치는 사진작가 주도양 씨(36)는 “현실이야말로 가슴 뛰는 마법이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현실을 카메라 렌즈에 담아내는 게 마법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동국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한 주씨는 그동안 한 장소에서 카메라를 360도 회전시켜 얻은 수백장의 이미지를 다시 일일이 이어붙여 동그란 모형으로 만드는 이색적인 사진 작업을 해왔다. 네모난 사진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한 주씨는 컬렉터들의 찬사를 받으며 단번에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다.

‘꿈(Somnium)’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기존의 ‘동그란 사진’ 작업에서 벗어나 고층건물, 재개발 지역, 국적 불명의 정원 등을 찍은 후 수채화처럼 재탄생시킨 사진 24점을 걸었다. 주씨가 직접 제작한 카메라를 활용해 촬영하고 인화한 결과물이다.

붓 대신 카메라로 그림을 그린다는 그는 “초등학교 자연 시간에 바늘구멍사진기와 감광지 위에 물체를 올려놓고 햇빛에 쬐어 주면 푸른색 이미지가 생기는 것을 보고 신기해했던 경험을 더듬어 카메라를 직접 만들어 작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씨의 작업 과정이 궁금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저금통에 구멍을 내 바늘구멍 사진기를 만들고 사진기 안에 대형 필름을 말아 넣어 6개의 구멍을 동시에 노출해 바늘구멍으로 빛이 스며들도록 했지요. 그러면 동그랗게 말린 필름에 360도 방향에서 들어온 빛이 새겨집니다. 다시 수채화 물감을 아라비아고무액에 푼 뒤 빛에 반응하는 물질을 소량 첨가한 감광 유제를 만듭니다. 이후 수차례 인화 과정을 거쳐 종이에 이미지를 재현해낸 거죠.”

이렇게 탄생한 작품이 6개의 구멍으로 들어온 세상을 묘사한 ‘헥사스케이프(HexaScape)’ 시리즈다. 도시 고층건물을 통해 현대인의 욕망과 무분별한 재개발을 냉소적으로 표현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작품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매일 열 시간 이상 작업하며 사회에 대한 다소 비판적이고 디스토피아(dystopia)적인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서양화 전공자인데도 굳이 회화가 아닌 사진 작업을 고집하는 이유를 물었다.

“회화는 이런 것, 사진은 저런 것이라는 장르 구분을 뛰어넘고 싶었어요. 회화는 3차원 공간을 2차원으로 옮겨오는 작업인데 그런 의미에서 제 작업도 사진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회화인 셈이죠.” (02)736-6669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