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민주당의 옐런 연준 부의장 지지 분위기에 제동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후임을 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여당인 민주당이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민주당 내부에서 차기 연준 의장으로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을 지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백악관이 이런 분위기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가 옐런 부의장과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으로 압축됐다는 분석이 유력한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버냉키 의장의 후임을 아직 정하지 못한 채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의 마음은 2009년 백악관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일했던 서머스 전 장관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국 대통령과 여당의 갈등은 민주당 상원 의원들이 지난달 25일 오바마 대통령에게 차기 연준 의장으로 옐런 부의장을 임명하라고 촉구한 서한을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표면화됐다.

이 서한에는 민주당 상원 의원 54명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9명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는 서머스 전 장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서머스 전 장관과 월스트리트의 유착 관계를 지적했고 과거 언동도 문제 삼았다.

서머스 전 장관은 씨티그룹 등 대형 금융회사들로부터 돈을 받고 고문 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하버드대 총장 재직 시절 "여성이 선천적으로 남성보다 과학과 수학을 못한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민주당의 이런 분위기에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도 대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말 민주당 위원들과의 회동 및 기자회견에서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이라고 서머스를 두둔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은 개인적으로 민주당 관계자들을 만나 차기 연준 의장에 관한 민주당의 분위기에 대통령이 불쾌해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측근은 "차기 연준 의장 임명은 대통령의 특권이라는 게 메시지의 핵심이었다"고 전했다.

백악관의 메시지가 전달된 이후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대통령이 누구를 선택하든지 지지한다"고 밝히는 등 민주당에서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발언이 나와 갈등이 완화되는 듯한 모습도 나타난다.

하지만 WSJ는 오바마 대통령이 서머스 전 장관을 선택하면 그를 반대했던 민주당 의원들에게 적대감을 줘 공화당과의 예산 싸움에서 필요한 표를 얻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 고위 관계자들은 차기 연준 의장을 임명 시기에 대해 10월이 될 수도 있지만 9월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이상원 특파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