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국주의 이론가의 신사 참배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3일 제국주의 침략의 이론가였던 요시다 쇼인을 기리는 ‘쇼인 신사’에서 합장한 채 참배하고 있다. 요시다는 정한론(征韓論·1870년대 일본 정계에서 나왔던 조선 침략론)과 대동아공영론을 주창하며 조선 식민지화를 포함한 일본의 제국주의 정책에 이론을 제공한 인물이다.  /교토연합뉴스
< 제국주의 이론가의 신사 참배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3일 제국주의 침략의 이론가였던 요시다 쇼인을 기리는 ‘쇼인 신사’에서 합장한 채 참배하고 있다. 요시다는 정한론(征韓論·1870년대 일본 정계에서 나왔던 조선 침략론)과 대동아공영론을 주창하며 조선 식민지화를 포함한 일본의 제국주의 정책에 이론을 제공한 인물이다. /교토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우경화 노선에 고삐가 풀리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에 자위대를 파견할 수 있는 근거 마련에 나서는 등 국수주의적 극우정책이 갈수록 노골화하는 양상이다.

요미우리신문은 14일 “아베 내각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는 예시적 사례로 ‘한반도 유사시’를 명기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의 침공 등으로 한반도에 안보위기가 닥칠 경우 한국 정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본 정부가 ‘미군 지원’을 명분으로 자위대를 파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국 등이 침략당할 경우 일본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타국에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국제법에 따라 일본에도 집단적 자위권이 있지만 헌법상 자위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는 해석을 고수해 왔다.

아베는 지난달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자마자 집단적 자위권을 부정하는 현행 헌법 해석을 바꾸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법안과 조약의 헌법합치 여부를 판단하는 내각부 법제국 장관 자리에 집단적 자위권에 찬성하는 고마쓰 이치로 전 프랑스 대사를 앉혔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관철하기 위해 2006년 1차 아베 내각 시절 조직했던 총리 자문기관인 ‘안보법제 간담회’도 본격적으로 재가동시켰다.

아베의 의도대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해지면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은 사실상 무력화된다. 일본이 다른 나라로부터 공격을 당했을 경우에만 방위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도 자동 폐기된다. 일본이 다시 군사대국화의 노선을 걸을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는 셈이다.

아베는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미련도 끝까지 버리지 못하고 있다. NHK는 이날 “아베 총리가 15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대신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공물을 봉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가 신사에 바친 공물은 다마구시(玉串·물푸레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다. 다마구시는 신사에서 신관이 기도할 때 쓴다. 결국 직접 참배는 하지 않는 대신 공물을 보내면서 사실상 대리 참배 형식을 취한 것이다. 극우파 지지층을 달래면서 한편으로는 한국 중국 등의 반발을 피해 가려는 꼼수를 쓴 셈이다.

아베는 내각 각료와 정치인의 참배는 “본인 판단에 맡긴다”며 방임한다는 입장이다. 후루야 게이지 납치문제 담당상과 이나다 도모미 행정개혁담당상 등이 거리낌 없이 15일에 야스쿠니를 참배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다. 게다가 극우성향의 자민당이 지난 중의원과 참의원 선거에서 잇따라 압승한 만큼 올해 8·15에 야스쿠니를 찾는 일본 각료 및 정치인 규모는 사상 최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베의 우경화 노선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달 초 아베 내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 일본 측에 설명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신중한 대응을 요구했다고 산케이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