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대치 국면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던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회담 형식을 놓고 청와대와 새누리당, 민주당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어서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7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제안한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5자회담’을 거부했다. 김 대표는 이날 입장발표를 통해 “제1야당 대표의 단독회담 제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사흘 만에 다자회담 제안으로 답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1 대 1 담판을 거듭 촉구했다.

청와대는 유감의 뜻을 밝혔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여야 당대표로부터 대통령과의 회담 제의가 있어 대통령께서 회담을 하자고 했는데 이번에도 또 민주당이 거절해 유감스럽다”며 “청와대는 문을 열어놓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환영한다고 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회담 형식을 놓고 평행선을 그리는 건 각자 유리한 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청와대는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국정조사(국조) 문제로 야기된 정국파행을 마무리짓고, 대선공약과 국정과제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주당이 제안한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양자회담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당 지지율 하락과 강온파 간 갈등 등을 타개하기 위한 지지층 결집을 겨냥해 ‘대선불복성 장외투쟁’을 이어나가다 동력이 떨어지자 민주당이 1 대 1 회담을 제안했다는 게 청와대의 상황 인식이다. 여당 대표를 제쳐두고 야당 대표만 만나는 것도 부담이다.

김 대표로선 대통령과 1 대 1 회담이 성사되고 결실을 도출한다면 제1야당 대표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다. 장외투쟁의 회군명분으로도 삼을 수 있다.

한편 여야는 이날 국정원 국조에 참석할 증인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29명을 채택했다.

여야가 이날 합의한 증인 명단에는 국정원 여직원 김하영 씨,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등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이 포함됐다.

김재후/이정호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