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부담에 짓눌려 끝내 파산한 미국 디트로이트시 사례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국민의 막대한 혈세로 연명하고 있다. 국민연금 역시 재정파탄 공포에서 자유롭지 않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기금이 소진되면 국가가 적자분을 충당해주는 구조다. 공무원연금은 2001년 적립금이 고갈된 이후 ‘혈세 먹는 하마’가 됐다. 올해 공무원연금공단의 운용수입은 7조6633억원인데, 퇴직자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 등 지출은 9조5586억원이다. 즉 1조8953억원의 적자를 재정으로 메꿔줘야 한다. 이런 식으로 공무원연금에 쏟아부은 재정자금은 지난해까지 10조2283억원에 달했다.

1977년 기금이 고갈된 군인연금 역시 사실상 파산 상태다. 2010년부터는 매년 1조원 이상을 국민들이 대신 메꿔주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재정 부담이 갈수록 커진다는 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가 재정으로 채워줘야 할 공무원연금 적자는 내년 2조3409억원에 달하게 된다. 2020년엔 6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공무원·군인연금 수혜자에게 약속한 연금을 모두 준다고 가정할 때 국가가 잠정적으로 지는 충당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436조9000억원에 이르렀다. 언젠가는 국민 몫이 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빚’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공무원이 연금수령액을 줄이는 것이 맞다. 지금도 일반 국민이 받는 국민연금과 비교해 ‘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연금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지급비율)은 60%로 국민연금의 40%보다 훨씬 높다. 그럼에도 공무원 스스로 연금 개혁의 칼을 빼어든 적은 많지 않다.

2033만명(지난해 말 기준)이 가입한 국민연금 역시 붕괴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4년 적자로 돌아선 뒤 2060년 완전히 소진될 전망이다. 고령화 속도가 워낙 빠른 탓이다.

전문가들은 현세대가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연금 개혁에 나서지 않는 이상 디트로이트 파산 시나리오가 먼 나라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