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명동에서 시민들에게 국가정보원 개혁을 촉구하는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명동에서 시민들에게 국가정보원 개혁을 촉구하는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장외투쟁 이틀째를 맞은 민주당은 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대규모 도심 집회를 앞두고 소속 의원들을 총동원해 거리 홍보전에 나섰다. 주말 집회에서 세력을 최대한 결집해 장기전에 대비한 투쟁 동력을 확충하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시·도당이나 각 지역위원회 등 당 조직을 풀가동해 집회 참석을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불복 비칠라 … 촛불 참여 고민

김한길 대표가 2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장외투쟁 이후 처음으로 “대선 불복이 아니다”고 강조한 것도 집회의 흥행을 고려한 측면이 많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장외투쟁이) 대선 불복이 아니냐는 억지를 쓰고 있는데 (마치) 대선 불복을 해달라고 부추기는 것 같다”며 “우리는 무너져 내린 민주주의를 바로 세울 때까지 국민과 함께 한 길로 무소의 뿔처럼 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주말 집회를 앞두고 중도 성향의 시민들까지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선 불복 운동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당이 아닌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촛불집회에 공식 참여할 것인지 여부를 끝까지 고민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배재정 대변인은 “(당 지도부의 촛불집회 참석 여부를)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만 했다. 한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가 자칫 ‘박근혜 OUT’과 같은 플래카드가 등장하면 곧바로 (새누리당이 원하는 대로) 대선 불복 운동으로 비쳐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새누리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


새누리당은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 조사 결과 국민의 73%가 당장 장외투쟁을 중단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강력 규탄하고 있으나 민주당의 조기 국회 복귀를 유도할 협상 카드를 찾느라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민주당 탓만 할 게 아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성태 의원은 “국정 운영의 한 축인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하게 된 것은 새누리당의 책임이 크다”며 “장마와 폭우 등으로 위험한 삶의 현장에서 고통받는 국민들의 민생을 돌보는 정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당 지도부가) 특단의 조치를 내려달라”고 주문했다.

○민주, 주말까지 여론전 집중

새누리당은 민주당과의 물밑 접촉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광장 천막 당사를 직접 방문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민주당 측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근 민주당 수석부대변인은 이에 대해 “최 원내대표가 실무진을 통해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지만 응대를 해야 할 전병헌 원내대표가 마침 현장에 없다고 하니 오지 않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3일까지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새누리당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계광장 집회가 예정된 주말까지는 여론전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새누리당은 아울러 양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국조특위 간사가 참석하는 ‘3+3 회동’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가 짧은 냉각기를 거쳐 주말께 회동하고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