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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침의 풍경] 우리에 갇힌 것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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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로마 AP연합뉴스
    로마 AP연합뉴스
    어느 무더운 여름날. 동물원 사육사가 곰에게 달콤한 수박 반 덩이를 가져다줬다. 한참 더위에 절어 어쩔 줄을 모르던 곰은 시원한 수박을 양손에 든 채 물속에 풍덩 뛰어들었다. 숨을 돌린 녀석은 혀를 끌끌 차며 쇠창살 밖의 사람들을 측은하다는 듯 쳐다본다.

    “흠, 저 불쌍한 인간들. 쇠창살에 갇힌 꼴이라니. 더위에 살려달라고 아우성이군. 저렇게 내게 먹이를 내민다고 내가 우리에서 꺼내줄 줄 알고. 흥, 어림없지. 저 무질서한 존재들은 평생을 저 쇠창살 속에서 썩어야 해. 방금 내게 수박을 가져다준 저 사육사라는 치는 우리 곰에게 잘 보이려고 머저리 같은 인간들이 뽑아 보낸 전령일 따름이야. 쯧쯧. 늘 내게 굽실대는 저 비굴한 모습을 보라고.”

    어려서부터 울타리에 갇혀 자란 곰에게 그곳은 세상의 전부요 둘도 없는 낙원이다. 겨울에는 우리 안으로 들어가 추위를 피할 수 있고 여름에는 물에 들어가 열기를 식힐 수 있지 않은가. 인간은 곰의 야수성으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울타리를 쳤지만 정작 곰의 눈에는 인간이야말로 쇠창살에 갇힌 불쌍한 존재로 비칠지 모른다. 우리에 갇힌 것은 과연 누굴까. 무더위에 지친 우리들에게 곰이 던진 화두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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