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북서부 해상에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의 천연가스 생산기지인 쉐 플랫폼 모습. 플레어타워에서 정제 가스를 태우는 불길이 치솟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제공
미얀마 북서부 해상에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의 천연가스 생산기지인 쉐 플랫폼 모습. 플레어타워에서 정제 가스를 태우는 불길이 치솟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제공
지난 17일 미얀마 양곤에서 북서쪽으로 635㎞ 떨어진 서부 벵골만의 소도시 짜욱퓨. 여기서 다시 헬기로 망망대해를 40여분 날아가자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거대한 쉐 시추 플랫폼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국내 민간 기업으로는 가장 큰 규모로 개발에 성공한 가스전 현장이다.

헬기에서 내리자 100m 높이로 비스듬히 세워진 플레어타워에서 정제한 가스를 태우는 열기가 플랫폼까지 전해졌다. 높이 94m의 4층 구조인 이 플랫폼은 가로 98m, 세로 56m로 웬만한 축구장 크기에 무게만 2만6000에 달한다. 가스 처리와 시추, 거주 등 세 구역으로 나눠진 이곳에는 200여명의 엔지니어가 상주하고 있다. 태풍이 빈번한 동남아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1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빈도의 거대 태풍을 가정한 뒤 이를 견딜 수 있게 만들었다.

대우인터 '13년 결실'…미얀마 가스 中 수출
대우인터내셔널은 2000년 탐사권을 획득한 지 13년 만에 지난달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지난 15일부터는 이곳에서 14㎞ 떨어진 미야 가스전에서 2만3000가구가 쓸 수 있는 하루 48만㎥의 가스를 생산, 해저 가스관을 통해 처음으로 중국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가스는 물이 적은 고품질의 드라이 가스로 메탄 비중이 98%로 높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내년 12월까지 쉐 11개 광구에서 가스를 시추해 하루 1415만㎥를 생산할 계획이다. 원유로 환산하면 하루 8만6000배럴에 달하는 양으로 67만가구가 쓸 수 있다.

프랑스 토탈 등 글로벌 기업들이 시추하다 포기한 이 지역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은 2004년 1월 가스를 발견했다. 이 회사의 주시보 해외생산본부장(전무)은 “당시 회사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이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탐사를 계속했다”며 “일반 지층과 달리 히말라야에서 내려온 퇴적층 사이에서 질 높은 메탄이 함유된 가스전을 찾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08년 쉐 플랫폼에서 생산한 가스를 중국석유공사에 30년간 수출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3200㎞ 길이의 파이프라인은 미얀마를 거쳐 중국 남동부 해안지역으로 이어진다. 이 회사는 쉐 가스전에서만 매년 최대 4000억원의 이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대우인터내셔널은 쉐, 미야, 쉐퓨 등 세 곳에서 총 1274억㎥에 달하는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 3년치에 해당하며 지난 30년 동안 국내 자원개발 업체가 발견한 석유·가스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생산을 계기로 무역 중심에서 자원개발 회사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양수영 자원개발부문장(부사장)은 “지난해 매출 17조원, 세전이익 1250억원에서 2017년에는 매출 30조원, 세전이익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회사 이익에서 자원개발이 차지하는 비중이 70% 가까이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인터내셔널 덕분에 짜욱퓨 지역도 활력을 찾았다. 이 회사는 2006년부터 짜욱퓨 지역 38개 초·중등학교를 신축하거나 보수했다. 2010년에는 인구 3만여명의 마을에 발전기를 설치해 전기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양 부사장은 “대우인터내셔널의 쉐 플랫폼은 가스를 개발해 회사에 쉐(황금)를 안겨줬고, 그 황금을 다시 낙후된 지역사회에 돌려줬다”고 자평했다.

짜욱퓨(미얀마)=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