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감기 증상을 보이던 40대 A씨는 약국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이 주성분인 감기약을 구입, 복용한 뒤 피부에 반점과 가려움증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주사제와 함께 또 다른 약을 복용했지만 상태는 더욱 악화됐고 A씨는 양쪽 눈을 실명했다. 의약품의 대표적 부작용인 ‘스티븐스 존스 증후군’이다.

A씨처럼 의약품 부작용으로 피해를 본 환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차적으로 내년부터 정부 예산 46억원과 제약업계 기금 26억원으로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기금을 마련한다는 목표로 약사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 산하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환자를 대신해 부작용 의약품의 역학조사를 맡는 게 핵심이다.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사업은 1990년대 초반부터 추진됐지만 사업비 부담이 크고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진척을 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의약품 부작용 신고 건수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어 제도적 장치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게 식약처의 판단이다.

2009년 2만7010건이던 부작용 보고 건수는 2011년 7만4567건, 2012년 9만2612건으로 급증했다. 유무영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사업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에 46억원을 신청했다”며 “제약업계가 26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면 국민을 위한 안전시스템이자 업계의 상호부조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구제 규정 마련을 위한 약사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2일 의약품 피해구제사업을 골자로 한 약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의약품 부작용 인과관계 조사를 위한 약물역학조사를 의약품안전관리원이 맡고 이를 위한 별도의 조사반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약물 부작용의 인과관계를 복용 환자 측에서 증명해야 했지만 앞으론 의약품안전관리원이 맡도록 한 것이다.

법안은 또 전년도 판매 의약품 생산 및 수입액의 0.1% 범위 에서 제약사들이 의약품 피해구제를 위한 부담금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식약처는 이 같은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에 대해 오는 9월 정기국회 통과를 추진할 방침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