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에서 친노무현계와 비노무현계 간 해묵은 계파 갈등이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 5월 전당대회 때 비노계 좌장 격인 김한길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된 이후 이 같은 계파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공개와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놓고 여야 대치가 심화되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친노 세력이 적극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친노계는 대선 불복이 아니라는 김 대표의 공식 입장과는 달리 현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한 발언까지 서슴지 않아 당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16일 언론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대선에 불복하는 게 아니다”며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이 같은)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지난 15일 “대선에 대해 불복이면 불복이라고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한 것에 대한 응답인 셈이다.

친노계도 공식적으로는 이미 문 의원이 대선 직후 승복 선언을 한 만큼 대선 불복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홍익표 전 원내대변인의 ‘귀태’, 이해찬 상임고문의 ‘당신(박근혜 대통령 지칭)’, 임내현 의원의 ‘선거 원천무효 투쟁’ 발언 등은 대선 패배를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친노계의 속내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새누리당이 김현·진선미 의원의 특위 위원 제척 문제를 들어 국정조사 일정 자체를 전면 거부하자 이 같은 친노계의 투쟁 심리에 불이 붙었다는 것이다.

김·진 의원의 특위 위원 제척 문제에 대한 당내 매파의 입장은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당 대표를 지냈던 정세균 상임고문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 “장외투쟁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날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를 포기하고 그런 게(장외로 나가는 게) 결단력 있고 과감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대선 때 문재인 캠프 공보단장을 맡았던 우상호 의원(현 민주당 국정원개혁운동본부 국민홍보단장)은 이날 전북 전주를 시작으로 2박3일간 호남권 대국민 서명운동에 나섰다. 우 의원은 “정치공작과 같은 구태를 막기 위해 이번 기회에 대대적으로 국정원을 쇄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