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 수표 사기사건’의 주범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지방경찰청은 100억원짜리 수표를 변조, 현금으로 인출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나경술 씨(51), 최영길 씨(61)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로써 경찰은 공개수배된 김규범 씨(47)를 포함, 일부 조력자를 제외하고 사건에 가담한 일당 중 14명을 검거했다. 사건을 총괄·기획한 나씨는 지난달 12일 국민은행 수원 정자지점에서 최씨를 통해 100억원짜리 변조수표를 최씨 법인 명의 계좌 2곳에 분산 이체한 뒤 현금으로 바꿔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변조수표를 은행에 제시해 현금을 빼돌린 뒤 이 돈을 다른 계좌로 분산 이체하는 등 인출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영장을 신청한 사채업자 김모씨(42)는 100억원짜리 변조수표를 만들려고 자신의 돈으로 1억여원짜리 수표를 발행, 최씨를 100억원의 실제 주인인 대부업자 박모씨(45)에게 소개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씨는 지난 12일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최씨는 13일 부산의 친척 집에서 각각 붙잡혔다. 나씨는 올 1월 국민은행 한강로지점 김모 차장(42)을 통해 일련번호만 있고 금액은 찍히지 않은 자기앞수표 진본 용지를 확보했다.

김 차장은 김씨가 자기 돈으로 1억여원짜리 수표를 발행할 때 A4 용지에 찍은 가짜 수표를 내주고 진본 용지는 따로 챙겨뒀다가 나씨에게 건넸다. 나씨는 박씨가 국민은행 동역삼지점에서 발행한 100억원짜리 수표의 일련번호 일부가 가려진 수표 사본을 최씨에게서 넘겨 받았다. 그는 컬러잉크젯 프린터를 이용해 김 차장에게서 넘겨 받은 ‘백지수표’의 일련번호를 지운 뒤 이를 100억원짜리 수표로 바꿨다. 나씨 일당은 이 수표를 한화 2억5000만원과 67억원 상당 미화, 30억원 상당 엔화 등 현금으로 바꿔 달아났다.

조사 결과 나씨는 검거 당시 또 다른 1000억원대 금융사기를 준비 중이었다. 한 재력가에게서 800억~1000억원을 입금받아 가짜 통장을 내준 뒤 진짜 통장을 빼돌리려는 계획이었지만 이번에 검거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수원=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