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가 국회의 ‘공공의료 정상화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동행명령에 헌법소원심판 청구로 맞서겠다는 의사를 어제 밝혔다. 특위가 증인 출석을 강제하는 동행명령장을 전달한 지 꼭 하루 만이다. 특별위원회란 명패가 무색하게 한 달간 활동에도 성과를 못낸 국회가 기껏 하는 일이 증인 출석 문제로 민선 도지사와 감정싸움을 벌이면서 정면 대립하다 이제 법적 다툼까지 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친박계가 아니어서 핍박받는다”는 홍 지사의 불평이나 새누리당 내부의 세다툼 같은 것에는 사실 관심이 없다. 문제는 국회의 무분별한 증인채택이다. 막무가내식 증인채택은 국회의 만성화된 권한 남용이다. 정기국회 때 국정감사라도 벌어지면 멀쩡한 경영진이 불려가 온종일 할 일 없이 복도에서 대기하는 것이 익숙한 풍경이 된 지도 오래다. 지난해엔 골목상권 침해를 조사한다며 전혀 상관없는 백화점 대표까지 싸잡아 증인으로 신청해 결국 벌금형까지 받게 했던 국회다. 특위들이 만들어지면 대뜸 증인신청부터 줄줄이 해놓고 여야 간에 입씨름을 하는 게 관행 아닌 관행이다. 민선 도지사까지 일단 부르고 볼 정도니 일반 기업인은 언제나 ‘을’이었고 시쳇말로 호구였다. 익숙한 장면은 올가을에도 또 반복될 것이다.

법에 정해진 지방자치단체의 고유한 업무를 국회가 과연 어디까지 간섭할 수 있는가 하는 점도 짚고 갈 사안이다. 진주의료원 폐업은 경남도와 도의회가 주어진 권한과 업무규정 내에서 결정한 지방고유의 사무다. 수십 차례 경영개선 요구에도 부실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은 채 누적적자 280억원에 매년 70억원씩 혈세를 부어 넣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도지사의 눈물 어린 선택이 의료원 폐쇄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국회가 이를 공공의료의 문제라며 판을 키우고 포퓰리즘적 접근으로 본질을 뒤흔들어버린 것이 지난 4월 이후의 진행경과다.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 중에서도 강성으로 알려진 보건의료노조까지 개입해 진주의료원 폐쇄는 정치문제가 돼버린 것이다. 진주의료원은 당초 국회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었다. 국회의 증인출석 요구도 최소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