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달 조직폭력배 이모씨(42) 등 113명은 15개 보험사에서 총 11억원의 자동차 수리비와 치료비를 부당하게 타낸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광주에서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는 차량과 고의 접촉사고를 내는 수법이었다. 이들은 여러 개의 보험에 가입한 뒤 가벼운 상해에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 수억원의 치료비도 챙겼다.

#2. 지난 3월 박모씨(32)는 부산 남구의 선착장에서 아내 신모씨(39)가 타고 있는 승용차를 급하게 후진, 바다에 빠뜨렸다. 신씨는 익사했고 박씨는 아내 명의로 된 여러 개의 보험에서 총 11억원의 사망보험금을 받았다. 조사 결과 운전 부주의를 가장해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범죄로 결론났다. 4년 전부터 아내 명의로 보험에 집중 가입한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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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화·지능화되는 보험사기

보험금이 새고 있다. 전체 가구당 27만원꼴이다. 보험사기 수법은 조직화·지능화되고 있다. 반면 보험사기 적발 수단은 제자리걸음이다. 보험사기만 제대로 단속해도 보험료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보험사기의 특징은 조직화·지능화로 압축된다. 한 건의 보험사기에 수십 명씩 얽혀 있기 일쑤다. 과거에는 소액의 보험금을 노린 생계형 범죄가 대부분이었다. 주로 개인의 단독 범행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일가족이 공모하거나 조직폭력배, 병원, 전문브로커까지 가담한 대규모 조직적인 범행으로 발전하고 있다.

신의기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원장은 “가족과 친척을 끌어들여 보험사기를 생업화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전문직 종사자들도 직업 윤리의식이 약해지며 보험사기가 점차 고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5월 대구에서 검거된 보험사기단은 공사 현장에 위장 취업한 뒤 벽돌을 이용해 고의로 손가락을 골절시키는 지능적인 수법을 썼다. 이들이 보험사와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아낸 보상금은 30억원에 달했다. 이 사기단에는 33명이 연루됐다.

누구보다 높은 윤리의식이 필요한 의료기관 종사자들도 보험사기에 포섭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에서는 허위로 치료일수를 늘리고, 검사료 방사선료 이학요법료 주사료 등을 부풀려 3억3000만원을 챙긴 병원의사와 원무실장 등 28명이 검거됐다.

○보험사기 적발은 제자리

보험설계사나 자동차 정비업체 종사자 등 보험전문가가 보험범죄에 가담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적발된 보험사기범 중 병원과 자동차 정비업체 종사자는 2212명으로 한 해 전(1511명)보다 46.4% 급증했다. 보험모집 종사자도 1129명으로 22.6% 늘었다. 전문가들의 가담이 늘어나면서 보험사기도 지능화되고 있다. ‘연성 사기’로 분류되는 사고 후 피해 과장 유형은 줄고 있는 반면 고의·허위사고 등 사전 계획적인 ‘경성 사기’는 증가하고 있다. 김성 손해보험협회 보험조사팀장은 “적발되는 보험사기는 전체의 1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1인당 10만원 부담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릴수록 보험사의 부담은 커진다. 이는 자연스럽게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진다. 서울대 연구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보험사기가 3조4000억원이었을 때 한 가구가 추가 부담한 보험료는 20만원대로 추정됐다. 올해 보험사기 규모가 5조원으로 늘어나면 가구당 추가 보험료는 27만원 정도다. 국민 1명이 부담하는 돈은 10만원꼴이다. 건강보험 같은 공적 보험에도 손해를 끼친다. 과잉 진료와 허위 입원이 많아서다. 보험사기가 증가할수록 건강보험 지출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그 부담은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동안 건강보험료가 56% 오른 데는 보험사기도 한 원인이 됐다.

문재우 손해보험협회장은 “만연한 도덕 불감증과 황금만능주의 등이 보험사기 확산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며 “보험사기가 사회적인 비용과 부담을 키우는 중범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