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자 씨의 사진 ‘창립총회’.  /아트선재센터 제공
구민자 씨의 사진 ‘창립총회’. /아트선재센터 제공
예술가는 작품을 통해 시대와 역사, 예술과 삶에 대해 관람객과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외부와의 소통에 몰두하는 가운데 정작 자신과 가장 가까운 예술적 후원자인 부모와 소통할 기회는 줄어든다.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11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열리는 ‘오픈 콜 #2: 쭈뼛쭈뼛한 대화’전은 그런 부모와의 예술적 소통을 시도하는 이색 전시다. 아트선재 ‘오픈 콜’은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기획자의 활동 범위를 다각화하는 플랫폼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된 공모 프로그램. 이번 전시는 이성휘 씨의 2013년 당선작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전시는 이소영, 구민자, 박형지, 이성휘 등 30대 후반의 네 작가가 예술을 매개로 부모와 맺는 여러 가지 관계의 방식을 보여준다. 이소영 씨는 매일 식탁 위에 질문지를 올려놓고 가족과 나눈 필담의 내용을 통해 작가의 내밀한 삶을 보여준다. 구민자 씨는 부모와 자식이 공동으로 문화재단을 설립해 예술가와 후원자의 관계로 치환하면서 만만치 않은 예술가의 현실을 인식해 가는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박형지 씨는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어머니와 공동으로 전시회를 열기로 하면서 겪는 미학적·조형적 갈등의 과정을 유화작품으로 보여주고, 남의 작품만 기획하던 이성휘 씨는 서예가인 아버지의 전시를 준비하면서 부자간의 소통을 시도한다. (02)733-8942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