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간 ‘블랙박스’ > 그렉 스미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 연구원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 본부에서 지난 6일 추락한 아시아나항공 214편의 블랙박스를 옮기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 빨간 ‘블랙박스’ > 그렉 스미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 연구원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 본부에서 지난 6일 추락한 아시아나항공 214편의 블랙박스를 옮기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사고 여객기를 조종한 기장이 시험 비행의 일종인 ‘관숙(慣熟)비행’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관숙비행이란 새 기종을 운항하는 데 필요한 운항 시간을 쌓기 위한 체험 비행을 말한다.

8일 국토교통부와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사고 항공기 214편이 샌프란시스코공항에 착륙할 때 기장이던 이강국 조종사는 관숙비행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장으로 승격해도 새 기종을 운항하려면 해당 기종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쌓아 기장 자격을 확보해야 한다. 다른 기종으로 전환해 자격을 따려면 이착륙을 포함해 20회 이상의 비행 경험이 있거나 10회 이상의 이착륙과 60시간 이상 운항 경험을 갖춰야 한다.

이 기장은 보잉777기의 시뮬레이션 24시간, 비행 43시간 등 약 80시간의 운항을 마치고 이번 비행기에 올랐다. 총 20회 운항을 채워야 하는데 이번이 9회째였다.

일각에서는 그가 사고 여객기인 보잉777-ER 기종을 비행한 시간이 43시간에 불과했다는 점, 보잉777기로 샌프란시스코공항에 착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을 들어 조종 실력이 미숙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이날 서울 오쇠동 본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관숙비행 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지만 섣불리 조종사 미숙을 언급하기 힘들고 사실과도 다르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관숙비행은 사고 발생 시 조종을 담당한 기장이 아닌 교관 기장이 모든 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며 “이번 비행에서도 1만 비행시간을 초과한 숙련된 교관 기장이 함께하며 비행을 책임졌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여객기에는 보잉777기를 3000시간 이상 운항한 경험이 있는 이정민 조종사가 부기장으로 교관을 맡았다.

최정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도 “관숙비행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절차로 문제가 없으며 사고기 기장은 비행시간이 약 1만시간에 달하고 A320, 보잉747 등 다른 기종의 기장 자격이 있는 베테랑 조종사로 알고 있다”며 조종사 과실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아시아나항공 출신의 한 기장은 이 기장의 비행경험이 43시간인 것에 대해 논란이 일자 “자동차로 비유하면 오랫동안 수동 변속기 자동차나 중장비를 운전하던 사람이 자동 변속기 차량을 운전하는 것과 같다”며 “단순히 조종 미숙으로 단정 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4월 인천공항에서도 비슷한 사고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지난 4월16일 중국 하얼빈에서 온 A320 여객기는 착륙 도중 항공기 꼬리 부분이 활주로에 닿았다가 선회 후 재착륙했다. 다행히 다친 승객은 없었다. 하지만 꼬리 부분 수리비가 100억원 넘게 들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