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사 텃밭 PF서 한국증권 이유있는 돌풍
한국투자증권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분야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은행, 보험 등 대형 금융사가 독점하던 사회간접자본(SOC), 부동산PF 시장에 뛰어들어 작년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에만 약 420억원의 영업수익을 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들어 SOC 금융주선 프로젝트를 잇따라 따내고 있다. 지난 5월 920억원 규모의 육군 관사 및 간부숙소 민간투자시설사업(BTL)에 금융주관사로 선정됐고, 증권사 최초로 총 사업비 275억원, 10㎿급 양산풍력발전사업PF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SOC 분야는 전통적으로 수십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대형 은행, 보험사들의 텃밭이었다. 이를 극복하도록 해준 무기는 증권사 특유의 발빠른 영업력이다. 현석봉 한국투자증권 인프라금융부 이사는 “은행이나 보험사들보다 한발 앞서 발주처의 요구를 맞춰주면서 계약을 따낸다”고 설명했다.

부동산PF 시장에서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대형 PF 사업에 물려 투자를 꺼리자 한국투자증권이 틈새를 파고들면서 시장점유율 18.5%로 1위에 올랐다. 고객의 수요에 최대한 맞춘다는 전략이 주효했다. 전태욱 한국투자증권 부동산금융2부 이사는 “증권사들은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통해 초단기로 차환(리파이낸싱)을 여러 번 해줌으로써 은행에 비해 낮은 이자율로 발주처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분야에 총액 인수 개념을 도입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전 이사는 “건물주가 자산운용사에 매각하고, 운용사는 기관을 모아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데 이때 기관 모집이 불발될 위험이 상존한다”며 “증권사가 이 과정에 개입해 신용 보강을 해줌으로써 거래를 성사시키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국투자증권은 신규 수익원을 창출해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