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 위협' 증가 명분 증액요구…한국 "합리적 수준돼야"
이달 말 서울서 2차 협의


한국과 미국은 2일(현지시간) 내년부터 적용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고위급 협상을 될 수 있으면 오는 10월까지 타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우리 측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 규모를 놓고 양측의 논리가 맞서고 있어 조기 타결 여부는 불투명하다.

양국은 이날 오전 워싱턴DC 소재 미국 국무부 조지 마셜센터에서 시작된 1차 협의에서 국회 비준 등의 절차 등을 감안해 10월까지 협상을 마무리 짓자는 한국의 제안에 미국 측도 동의했다고 정부 고위 당국자가 전했다.

이 당국자는 "한쪽이 성과를 얻으면 상대방은 뭔가를 잃는 제로-섬 형식의 어려운 협상이지만 한미 동맹 정신을 기초로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양국은 이날 첫 협의에서 한국 측의 분담금 규모와 분담금 구성 요소 등에 대한 입장을 교환했으며 이를 면밀히 검토해 이달 말 서울에서 2차 협의를 열어 본격적인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이날 협의에는 한국 측에서 황준국 외교부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대사, 미국 측에서 에릭 존 국무부 방위비 분담협상 대사가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1991년 제1차 협정을 시작으로 총 8차례의 협정을 맺어 왔으며 지난 2009년 체결된 제8차 협정은 올해 12월31일로 마감된다.

이날 협의에서 미국 측은 '비인적(非人的) 주둔비용(NPSC)' 개념에 따라 한국이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주둔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의 규모로 전체 주둔 방위비의 50%에 해당하는 액수를 일단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NPSC 개념이 한국의 직·간접 기여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특정비율 합의에 대한 거부의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분모(NPSC 구성요소)나 분자(우리측 직·간접 기여 반영분)에 대해 양측이 모두 합의가 안돼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NPSC 개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한국은 주한 미군 주둔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으로 전체 주둔 방위비의 40~45%에 해당하는 연평균 8천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 왔다.

우리 측은 한국의 재정 부담 능력과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 여건 제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분담률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측은 향후 10년간 국방예산의 감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 측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절반(50%) 이상을 분담해야 한다는 논리를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은 시퀘스터(정부예산 자동삭감) 사태를 직접 거론하지 않는 대신 북한의 위협 증가에 따른 비용 증가를 분담금 증액의 근거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2월 한미관계 보고서에서 미국 국방부 관리들이 한국에 50% 이상의 분담률 증가를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도 지난 4월 미군의 해외주둔 비용 분담과 관련된 보고서에서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한국의 분담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측 논리가 반영될 경우 내년부터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방위비 분담금은 사상 최초로 연간 1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우탁 특파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