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도 유사 조항…이노근 의원 국정조사서 주장

진주의료원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의료원 13곳도 단체협약서에 이른바 '고용세습' 논란을 불러일으킨 가족 우선채용 근거 규정을 두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3일 이노근 의원(새누리당)이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등에서 제출받은 단체협약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체 지방의료원의 41%에 이르는 14곳이 직원의 퇴직이나 업무상 사망·상해 때 그 가족을 우선 채용할 수 있는 조항을 두고 있었다.

이 의원이 확보한 진주의료원 단협 66조(우선 채용)를 보면, 진주의료원은 정년 퇴직자, 업무상 또는 업무의 상병을 얻거나 상해를 얻어 불가피하게 퇴직하는 자의 요구가 있으면 피부양가족을 우선 채용해야 한다고 규정해놓았다.

앞서 지난 5월 진주의료원 폐업 강행 속에 퇴직자의 가족이 고용된 사례가 실제 1건 확인돼 논란이 됐다.

이 의원이 공개한 서울의료원, 부산의료원, 경기의료원, 천안의료원, 공주의료원, 홍성의료원, 서산의료원, 남원의료원, 순천의료원, 강진의료원, 원주의료원, 김천의료원, 제주의료원 등 다른 지방의료원 13곳의 단협에도 비슷한 내용이 명시규정으로 들어 있다.

국립대병원 중에서는 서울대병원이 유사 조항을 뒀고, 전북대병원은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에게 채용전형에서 가산점을 부여했다.

이 문제는 업무 중 사망하거나 다친 근로자 가족의 고용을 명시한 현대자동차 단체협약이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을 받으며 큰 논란이 됐다.

울산지법은 지난 5월초 정년퇴직 이후 업무상 재해(폐암)로 사망한 전 현대차 노조원 유족이 회사를 상대로 낸 고용의무이행 청구소송에서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유족을 업무능력 여부를 불문하고 고용하도록 한 현대차 단협(제96조)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조항이 사실상 일자리를 물려주는 결과를 낳아 우리 사회의 정의 관념에 배치된다고 봤다.

이 의원은 이날 열린 국회 공공의료 국정조사 특위에서 "공공의료기관의 일자리를 노조원들이 사유화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전체 지방의료원을 전수조사하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행정제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해당 단협 조항이 이미 사문화됐으며, 업무능력을 고려해 고용하도록 했기 때문에 법원 판결과는 경우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위원장은 "그 조항은 산업재해 보상이 열악하던 시절에 생계가 어려운 배우자 등을 우선 고용하던 관례가 단협에 반영된 것이지만 최근 들어 실제 적용된 적은 거의 없다"며 "보건의료노조 사업장에 가족 우선 채용으로 인사권 침해 논란이 없었던 것이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유 위원장은 또 "지방의료원의 단협 조항은 대부분 '할 수 있다'는 식의 임의 조항이며, '적임자' 또는 '일정자격' 등의 요건을 부여하고 있어 고용세습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