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들의 리포트가 국내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도 외국계 증권사의 부정적인 리포트에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2일 오후 1시43분 현재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2450원(7.77%) 굴러떨어진 2만91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 급락의 원인은 외국계인 CLSA 증권에서 내놓은 분석 리포트다.

CLSA증권은 SK하이닉스 리포트를 통해 "PC D램 가격이 다음달 이후로 하락세로 전환하고 영업이익은 올 3분기 고점을 형성한 이후로 성장성이 둔화될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조정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리포트가 주가를 큰 영향을 미친 사례는 적지 않다. 특히 부정적인 리포트일 수록 여파는 컸다.

지난달 삼성전자 주가가 7개월만에 120만원대로 내려앉은 것도 JP모건에서 발행한 리포트가 계기였다.

JP모건은 지난 6월7일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4'의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면서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고, 그 동안 삼성전자에 대해 우호적인 자세를 취하던 외국인은 단숨에 매도 반전해 물량을 쏟아냈다.

지난해에는 UBS증권이 LG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낮춘 영향으로 LG전자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이들 대형주들은 모두 외국인의 영향력이 큰 주식이었기 때문에 외국계의 리포트가 더 큰 힘을 발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에 대해 지난 5월8일 이후 전날까지 단 5거래일을 제외하면 줄곧 '사자'를 나타냈다. 덕분에 코스피가 급락하고 기관이 SK하이닉스에 대해 매도로 일관하는 동안에도 SK하이닉스 주가는 6월 들어 3% 하락에 그치는 등 선방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계 증권사의 부정적인 리포트가 나온 이날은 외국인이 매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177억원의 순매도 물량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매도 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삼성전자의 선례가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이 큰 것 같다"고 풀이했다.

다만 외국계 증권사의 의견이라고 모두 맞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장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그 동안 외국계 증권사가 적자전환을 전망했는데 실제로는 흑자를 유지하는 등 실적 추정에 있어서도 맞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며 "외국계 증권사의 투자의견과 주가 방향성이 꼭 일치하는 것만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