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둘을 믿었는데…車성적표 '한숨'
한국GM 국내영업본부는 지난주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판매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해서다. 지난달에는 전년 동월보다 판매가 25%나 줄었다. 월간 판매 1만대 선이 깨질 위기에 놓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여름 비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며 “이달에 차를 사면 휴가비로 최대 150만원을 지원하는 등 마케팅에 총력전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라진 신차 효과

너희 둘을 믿었는데…車성적표 '한숨'
자동차 업계의 내수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 한국GM 쌍용차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 5개사는 올 상반기 국내에서 전년보다 2.7% 줄어든 67만2813대를 판매했다.

지난달 실적이 특히 저조했다. 영업일수(19일)가 작년 6월보다 하루 줄어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판매 부진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5개사의 국내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8% 줄어든 11만대였다. 쌍용차와 르노삼성을 제외하고 한국GM(-25.0%) 기아차(-10.5%) 현대차(-7.0%) 모두 판매가 줄었다. 신차 출시가 없었던 한국GM의 판매 부진이 가장 심했다.

지난달 출시된 기아차의 신형 K5(더 뉴 K5)와 르노삼성의 SM5 TCE도 신차 효과를 보지 못했다. K5(구형+신형)는 지난달 5723대가 판매돼 전년 동월보다 16.7% 감소했다. 작년 상반기 월평균 판매 대수가 7200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보다 신차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기아차가 지난 3월 선보인 신형 카렌스도 921대가 팔려 1000대 아래로 떨어졌다. 월간 판매목표 1500대에 못 미친다.

SM5도 판매가 줄었다. 지난달에 전달보다 3.6% 감소한 2303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이 중 1.6ℓ 터보 엔진을 얹은 SM5 TCE는 1200여대가 계약됐지만 노조 파업으로 360대밖에 출고되지 못했다.

○어두운 2분기 실적 전망


자동차 업계는 올 2분기 실적이 작년 동기보다 악화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내수 침체에 노조의 주말 특근 거부, 부분 파업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2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만큼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노조의 주말 특근 거부로 국내 공장 수출량이 전년 동기보다 10.4%, 기아차는 3.5% 줄었다. 중국 판매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실적에 전부 반영되지 못하는 점도 악영향을 미친다. 현지 합작사로 진출해 지분법 이익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이상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 환율이 달러당 평균 1120원으로 작년보다 30원가량 떨어지는 등 환율 여건도 좋지 않았다”며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작년 상반기 11.6%에서 올 상반기 10%대로, 기아차는 9.8%에서 8%대로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3분기엔 업체별로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상이 본격화될 예정이어서 실적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 자동차 업계가 오는 29일부터 1주일간 생산라인을 멈추고 단체 휴가에 들어간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입차의 공세도 거세 올해 국내 판매량을 크게 늘리기는 어렵다”며 “휴가 이후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