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취약업종인 건설·해운·조선의 회사채 상환 압박이 올 하반기보다 내년 상반기에 더욱 거세질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가 올해 하반기보다 훨씬 크지만 정작 취약업종 기업의 상환능력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가 '급한 불'이라면 내년 상반기는 '최대 고비'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을 도입해 급한 불을 끌 수는 있겠지만, 업황 회복과 신용 리스크 해소가 수반되지 않는 한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으로 판단했다.

1일 금융투자업계와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건설·해운·조선사의 올 하반기(7∼12월) 회사채 만기 도래액은 약 4조3천5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공능력 30위권 내 건설사 중 건설업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건설사 22곳, 주요 해운사 4곳, 조선사 7곳의 회사채 만기 도래 상황을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다.

만기 도래액 규모상 3대 취약업종의 회사채 상환 부담은 올 하반기보다 내년 상반기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내년 3대 취약업종의 만기 도래액은 약 8조3천700억원. 이중 6조3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내년 상반기에 도래한다.

3개 업종 중 내년 상반기 회사채 상환 부담이 가장 큰 쪽은 건설이다.

건설사 22개사의 내년 1·2분기 회사채 만기 도래액은 4조660억원으로, 총 회사채 잔액 가운데 25.3%가 내년 상반기에 집중돼 있다.

가령 현대산업개발은 내년 상반기에 3천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한화건설(3천800억원), 두산건설(3천770억원), 한라건설(2천300억원)의 내년 상반기 회사채 상환 부담도 큰 편이다.

해운사 4개사의 내년 상반기 회사채 만기 도래액도 9천740억원으로, 올해 하반기(5천950억원)보다 상환 압박이 더 크다.

가령 현대상선은 내년 상반기에 3천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며 한진해운도 2천4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조선사 7곳의 회사채 만기 도래액 역시 내년 상반기(9천900억원)가 올해 하반기(8천100억원)보다 더 많다.

다만 조선사의 경우 STX조선해양(2천억원), 한진중공업(5천500억원), 삼호중공업(2천400억원) 등 일부 기업에만 회사채 상환 일정이 집중돼 있어 업계 전반적인 부담은 다른 업종보다 양호한 편이다.

불투명한 업황 회복과 금리 상승추세는 내년 상반기 취약업종의 회사채 상환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시간이 갈수록 만기 도래 회사채에 대한 취약업종의 대응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큰 문제로 지적했다.

김은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취약 업종의 기업들이 처음 회사채 만기가 도래할 때는 보유한 자산 등을 팔아서라도 상환금을 마련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환에 대응할 능력이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만기 도래 회사채를 차환 발행으로 막아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취약업종 내 일부 기업의 신용등급은 A-까지 떨어졌고 업황 저조로 등급 전망마저 '부정적'으로 하향조정됐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대부분이 내부 투자제한 규정에 따라 A등급 이상의 회사채에만 투자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비우량등급의 취약 업종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다.

여기에 최근 채권금리가 상승 국면에 진입한 점도 취약 업종의 회사채 발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상승하면 회사채 발행사의 이자부담이 커지고 이는 해당 취약업종 기업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회사채 신규 발행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 시장 안정화 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취약 업종의 자금경색을 근본적으로 해소해줄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대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한계기업의 자금흐름이 원활해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비우량 기업의 신용 리스크는 축소되지 않은 채 시장이 향후 또다시 높은 금리변동성에 노출된다면 지금의 문제가 재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