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함 윅 북일고 경제학 교사(오른쪽 두 번째)가 학생들과 둘러앉아 토론하며 수업을 하고 있다.  /북일고 제공
그래함 윅 북일고 경제학 교사(오른쪽 두 번째)가 학생들과 둘러앉아 토론하며 수업을 하고 있다. /북일고 제공
‘아침 6시 기상.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업. 저녁 9시까지 동아리 활동. 밤 12시까지 자율학습.’

충남 천안시의 북일고 국제과 3학년 박지윤 양의 평일 일과다. 박양은 “공부량이 많지만 3학년들도 대부분 동아리 활동을 두세 개 할 정도로 즐기면서 학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북일고 국제과는 지난 2월 졸업한 1기생 25명 전원이 스탠퍼드대 예일대 등 미국 명문대 99곳, 프랑스와 일본 각 1개 대학 등 101개 대학에 합격(복수합격 포함)했다. 25일 직접 둘러본 국제과는 학생들의 자율적인 학습과 수준 높은 교사진, 재단의 지원 등 3박자가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미국 변호사·MBA가 교사

북일고 국제과(학년당 30명)는 2010년 천안북일고가 자율형 사립고인 북일고(학년당 390명)로 전환하면서 학교 내 한 과정으로 출범했다. 학교재단인 북일재단(이사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국제화 시대를 이끌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로 도입했다.

출범 당시 입학 경쟁률은 1.1 대 1로 같은 해 시작한 하나고(7.4 대 1)나 미국 유학을 많이 보내는 민족사관고(5 대 1), 대원외고(2.4 대 1) 등에 비해 낮았다. 강익수 북일고 교장은 “경쟁률이 낮고 입학 성적도 높은 수준은 아니었지만 학생들이 3년간 열심히 해줘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북일고 국제과는 학생들이 각자 수준에 따라 과목을 고를 수 있는 무학년제로 운영한다. 예컨대 수학은 다른 고교에서 고1 때 수학, 고2부터 수학1(문과)과 수학2(이과)를 획일적으로 배워야 하는 것과 달리 방정식 1·2, 미적분, 기하학 등으로 세분화했다.

각 과목의 심화 과정은 미국 칼리지보드(미국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SAT를 주관하는 비영리법인)가 승인한 20개의 대학 과정 선이수(AP) 교과로 구성한다. 수업은 대부분 토론식으로 진행한다.

국어 국사 등 국내 학력 인정을 위한 최소 과목과 예체능을 뺀 모든 과목 교사진을 미국 명문대 석·박사 학위 소지자로 구성했다. 그래함 윅 경제학 교사는 시카고대에서 경영전문석사(MBA)를 딴 금융 전문가다. 사회를 가르치는 길 버스비 교사는 미국 변호사다. 교사 연봉은 미국 명문 사립학교 교사 수준(연봉 1억원대)을 조금 넘는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정원 90명에 교사는 24명, 이 중 외국인 교사가 15명이다. 2월 졸업 후 오는 8월 스탠퍼드대에 진학하는 권형준 군은 “선생님들이 좋은 대학 출신이라 다양한 대학 진학 경험을 들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학비 연 2700만원…등록금의 7배

학생들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학업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한다. 미국 웨스트레이크고(텍사스)와 도미니언고(버지니아), 싱가포르 화총학교 등과 2주간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전 세계 8개 고교와 매년 연합 세미나를 열고 있다.

동아리는 고전읽기, 토론클럽 등 학술 20개, 공연·미술 12개, 체육 7개, 봉사 8개 등 총 47개다. 학생들은 서너 개의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북일고의 연간 등록금은 364만원이며 국제과도 같다. 하지만 이 학교가 학생들에게 투입하는 연간 교육비는 1360만원에 이른다. 재단인 한화그룹에서 매년 50억원 이상 지원하기 때문이다. 국제과 학생들에겐 일반 학생의 두 배에 이르는 2700만원가량을 투자한다는 것이 학교 측 설명이다.

천안=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